최근 들어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사람들의 기사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 억척스레 모은 재산을 사회로 환원한다는 이야기는 큰 감동으로 와 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여전히 `뉴스`가 되는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두배가 된다`는 속담처럼 우리 사회에 나눔의 전통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라는 동질감에서 출발하는 가족주의적 성격이 강했다.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사회에서는 그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국에서 나눔은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기부금액 중 소액 기부자들이 77%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일반 국민들의 98%가 어떤 형태로든 기부에 참여한다. 영국에서도 어려서부터 몸에 밴 기부문화를 통해 성인의 3분의 2이상이 매달 사회복지단체에 기부금을 낸다.
우리사회에도 변화의 움직임은 있다. 지난해 전경련에서는 이익의 1% 이상을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하는 `1% 클럽`을 만들었다. 한 기업에서는 사원이 기부를 하면 회사에서 동일한 액수를 함께 기부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일반인들에게는 아직까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 재산을 아낌없이 사회로 환원하는 사람들이 늘고는 있지만 지난 2000년부터 3년 동안 독립기념관의 증축을 위해 모은 성금 15억여원 중에서 일반기부는 1,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독립기념관을 찾는 외국인이 내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타인에 대한 나눔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개인의 경우 대부분 소액인데다 어떻게 기부를 해야 할지, 또 그 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 기부는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계층 간의 위화감을 완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기부자의 뜻에 맞게 쓰이도록 하는 것은 물론, 사후 관리까지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눔에 대한 인식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어려운 이웃에 대해 재난이나 연말연시와 같이 특별한 시기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이 우리 사회에 자리잡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가족중심 문화`에서 `공동체문화`로 변화돼야 하는 전환점에 서있다.
<오세훈(국회의원ㆍ한나라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