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 확인한 것만 1,000억 육박
대검 중수부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 비자금에 대해 수사를 진행중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동안 `설`(說)로만 난무하던 전씨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되고 있다.
돈세탁 시점 및 규모
전씨측이 대대적인 돈세탁에 나선 것은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상반기. 당시는 정부가 IMF 환란 극복을 위한 지하자금 양성화에 전력을 기울이던 때로, 자금출처 조사 및 상속세가 면제되는 증권금융채권, 고용안정채권 등 무기명 장기채권이 무더기로 발행됐다. 재임 당시 조성한 비자금을 일반 채권 등의 형태로 보관해 오던 전씨 측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기명 채권의 다량 매집을 통한 자금세탁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초의 여야간 정권교체로 구 정권 비리에 대한 대대적 사정이 예고됐던 시점이었던 만큼 전씨측의 돈세탁은 이에 대비한 작업이었을 수 있다. 검찰은 전씨가 보유하고 있던 비자금의 전체 규모를 `최소 1,000억원대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환된 사채업자들로부터 밝혀낸 금액만 1,000억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비자금 규모와 관련해선 최대 3,000억원 설도 제기돼 왔다.
그러나 당시 전씨측이 사들인 무기명 채권 중 상당수가 이미 만기가 지났는데도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수사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올들어 검찰이 전씨의 동산에 대해 가압류 조치를 취하는 등 당국의 감시가 강화됨에 따라 전씨측이 아예 채권 교환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어떻게 드러났나
지난 7월 대북송금 특검팀으로부터 현대비자금 수사를 인계 받은 검찰은 사채업자 수십 명을 불러 김영완(50ㆍ미국체류)씨의 돈세탁 혐의를 조사했다. 물론 처음엔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현대로부터 받은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의 세탁과정 수사가 목적이었으나 이 과정에서 전씨의 돈세탁 사실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전씨의 추징금 미납과 관련, 검찰의 전면수사 필요성이 제기된 시점이었다. 올초 검찰은 미납 추징금 징수를 위해 법원에 재산명시 신청을 했으나 전씨는 자신의 예금액을 29만원으로, 부인 등 일가족 전체의 재산을 50억원 미만으로 신고해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었다.
전씨 처벌 가능한가
전씨는 1997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 받고 지금까지 314억원만 납부했다. 따라서 비자금 잉여분은 전액 추징 대상이 된다. 전씨의 비자금 일부가 자녀 등 가족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될 경우에도 당연히 추징 대상이다. 또 상속세를 물지 않았다면 별도의 조세탈루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전씨는 지난 6월 법원에 제출한 재산목록을 허위 기재했다는 혐의까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전씨는 법정에서 “본인은 양심에 따라 사실대로 재산 목록을 작성해 제출했으며 허위사실이 있으면 처벌 받겠다”고 선서했다. 재산목록을 허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 징역 3년,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노원명 기자 narzi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