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코리안네트워크(한민족경제권이 떠오른다)

◎‘수출정보 광장’ 활성화 서둔다/작년 개통… 업종·규모 등 아직은 걸음마 수준/국내 중기­해외 진출회사 거래알선 확대추진/동북아 한국위상높이기 “발진”『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한 시장개방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3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시장경제는 아직 불안정한 상태여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합니다.』 산업연구원(KIET) 한광수박사는 구조적 취약성이 불거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외경제관계를 걱정하면서 코리아 경제권, 코리언 네트워크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인기업과 호혜적인 협조관계를 정립, 대중사업의 안정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같은 당위성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국내에서 각종 단체나 PC통신, 인터넷 등을 통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현황을 알아본다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실정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그나마 국내 본사를 통해 중국투자 실태를 알아볼 수 있지만 중소·개인기업은 대부분 현지 기업을 찾아가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투자가 개별적으로 이뤄지는데다 한국기업인 단체의 대표격인 「중국한국상회」가 임의가입 단체여서인지 아직 친목회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적 배경과 무대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혈연, 지연, 업연등 온갖 연줄을 동원해 동남아 일원에서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화인들의 행태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5개국 화인들의 인구는 전체의 6%에 불과하다. 하지만 역내무역의 2/3, 동남아 자산의 86%, 실질경제력의 70%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같은 네트워크 구축에 힘입은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조선족 기업인에 대한 정보도 이들과 교류가 있는 개별 회원이나 해당 지역 조선족기업가협회 등을 통해 발로 뛰어야 겨우 얻을 수 있다. 관련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관리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고 그같은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다. 이같은 분위기는 국내 각종 사업자단체의 직무유기와 정부의 무관심이 중첩돼 만든 상황이다. 고속성장을 거듭하는 중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혹은 저임금을 찾아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중견·중소기업인들은 『국내외 시장동향 등을 신속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접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은 정보화시대, 전지구적 경쟁시대에 필수불가결한 무기』라고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과 상당수의 조선족 기업들이 설비, 원자재등을 한국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보인프라의 부실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암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제적인 정보사업망과 강한 내부결속력을 지닌 「코리안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싱가포르 화상집단이 95년말 인터넷을 통해 세계화상네트워크(http:www.cbn.com.sg) 서비스에 돌입, 중화경제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한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정부도 화인들이 형성하고 있는 대만·홍콩 등과의 네트워크, 더 나아가 이를 매개로 하는 세계 각국, 여러 민족과의 경제교류를 적극 지원하고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해외한인무역협회를 중심으로 지난해말 「코리안 네트워크」 출범대회를 가졌다. 하지만 규모나 업종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협회측은 60개국 4천6백여 회원업체와 한국 중소기업간의 거래를 활성화하고 상품 상설전시·판매장도 연변, 사할린등 우리 동포들이 많은 지역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미·일상공인이 주축이 된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이사장 김덕룡 민자당의원)가 매년 국내와 해외를 번갈아가며 개최중인 세계한인상공인대회도 빼놓을 수 없는 네트워크중 하나다. 올 9월 서울대회에는 내년 북경대회를 앞두고 조선족기업인 80여명이 참가를 신청,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현지화한 한인들을 용납하지 않는 단일민족 정서가 재외동포 사회의 견고한 네트워크 구축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한민족공동체는 모국중심의 정체성을 일원론적이고 일방적으로 주입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현지화된 한인들이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민족네트워크」의 이론화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체성의 다원화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이만우교수는 통신과 교류에 의해 형성되는 민족공동체인 「한민족 커뮤니티」를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한반도를 핵으로 해서 문화·경제적으로 중국, 구소련, 일본, 미국 등 해외에 네트워크를 형성해 동북아경제권에서 한민족 커뮤니티의 위상를 높여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또 이같은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한국에 대단위 첨담과학기술연구단지를 조성하고 세계 각 지역에 연구단지 또는 기지를 건설, 미래산업을 선도할 정보기술, 신소재, 생명과학분야 해외고급인력을 유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만간 발족되는 재외동포재단의 사업목적에 재외동포사회의 우수인력 데이터베이스 운영, 재외동포와의 정보통신망 운영사업 등이 포함된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재외동포재단이 한국의 네트워크화에서 가장 큰 약점인 정보축의 부재를 다소나마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남북한과 중국의 동북3성, 연해주를 중심으로 하고 미국, 일본 재외동포 등을 배경세력으로 하는 형태로 좁은 의미의 한민족경제권을 구축, 중화경제권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중국이 최근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밀집돼 있는 조선족의 타지역 이주와 한족 이입을 유도, 영토분쟁의 불씨를 차단하고 경제권도 한족에게 집중시키려는 의도를 비치고 있다면서 이에 맞서기 위해 우리나라 기업의 대중투자가 동북3성에 집중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한편 코리언 네트워크의 차세대 주자들인 재외동포 청소년 교류프로그램도 더욱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교류가 잦아질수록 더 많은 재외동포 2,3세들이 한국어를 공부하려 노력할 것이고 각국 교포생활의 고민을 알게 되며 새로운 발상이나 성공사례를 접할 수 있게 된다. 코리언 네트워크 구축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 경제발전과 관련, 재외동포 2,3세들에게 조국의 중요성을 배가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조국이 자랑스럽지 않을 때는 아무리 2,3세들에게 외쳐봐야 진정 조국을 향한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북경=임웅재 기자> ◎중화경제권 상징부상 「화인네트워크」/혈·지·업 「3연」 바탕/동정·투자 등 자료교류/인터넷 사이트만 3만개/정치·경제적 결속도 동남아 등에서 현지 국적을 취득한 화인(해외거주 중국국민인 화교를 포함하는 개념)기업의 대중투자는 중국을 역동적인 수출주도형 경제로 변화시켰다. 화인자본은 중국 전체 외국인투자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총수출에서 중국, 대만, 동남아를 잇는 중화경제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90년 10.4%에서 96년 15%로 크게 증가했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화인 2천5백만명(대만, 홍콩 제외)중 89%가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등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지역에 집중돼 있다. 중국의 경제개혁과 외자도입 허용은 거주국 투자환경 악화로 고민에 빠졌던 화인들에게 잉여자본의 투자처를 제공했다. 이들에게 동일한 문화와 관습,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 거대한 시장잠재력 등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본토는 놓칠 수 없는 「엘도라도」였다. 이 과정에서 화인 특유의 네트워크를 구축, 화인자본의 대중 경제협력, 중화경제권 발전과 교류확대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화인기업들은 끈끈하고 긴밀한 가족적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방이라 불리는 동족, 동향, 동업종집단 네트워크를 형성해 투자, 자금조달, 정보수집 등에서 상호협력하면서 사업을 전개해 왔다. 이중 동업종집단내 연줄(업연)에 기반한 중화총상회는 화인 재계의 조정역 이외에 복수국가간 교류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이광요 전싱가포르수상의 발의로 지난 91년 창설된 세계 최대규모의 화인 네트워크인 세계화상대회는 중화경제권의 상징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세계화상대회는 특히 93년 2차 대회에서 인터넷 「세계화상 네트워크」를 구축키로 하고 95년말 첫 서비스에 들어가 지구촌 곳곳의 화인기업간 교류와 협력관계를 강화시키는 광장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터넷망에는 화인 기업인들의 동정에서부터 그들이 운영하는 개별기업, 기업단체의 자료에 이르기까지 화상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끊임없이 입력되고 있다. 또 인터넷의 화인관련 사이트도 지난해 무려 3만3천여개나 개설됐다. 삼연(혈연, 지연, 업연)을 중심으로 튼튼하게 구성된 화인 네트워크가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시공의 제약으로부터 탈출, 정체성을 높이고 정보교환, 사업협력 등을 더욱 촉진시킬 수 있는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화인기업이 동남아 주요국 상장기업 주식 시가총액의 50∼80%를 장악하고 국내사업의 52%, 국제사업의 39%가 화인기업간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인터넷망의 위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한편 중국정부도 세계화상대회에 4백여명을 참석시켜 자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부각시키는 한편 중화인의 뿌리가 하나임을 역설하고 화인기업간 정치경제적 결속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또 재정에서 활동경비가 전액 지원되는 귀국화교연합회(교련)를 통해 해외 2천2백여 단체와 관계를 맺고 있다. 대만은 의회산하 해외화교교무위원회가 중심이 돼 3천여 해외 화교단체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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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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