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퇴직 늘어난다
작년 대형시중은행서 1,300명
『그동안 저축한 돈에다 명예퇴직금까지 보태 유학이나 다녀올까 합니다.』 합병이 이루어져 감원을 추진하면 은행을 나올 심산을 갖고 요즘 유학준비에 한창인 한 우량은행 신참직원의 이같은 말처럼 자발적으로 은행을 퇴직하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은행원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유학이나 이민, 벤처행, 사업등 이유도 제각각이다. 실적경쟁과 고용불안에 쫓겨 고달픈 삶은 사느니 이제부터라도 인생을 다시 설계해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대형 시중은행들에서만 1,3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은행을 자발적으로 떠났고 올들어서도 은행당 거의 지난해에 맞먹는 자발적 퇴직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년을 넘게 은행을 위해 일하고도 억지로 떠밀려 나가는 상사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연초 소규모 벤처회사로 자리를 옮긴 한 전직 은행원은 은행에 비해 근무여건은 열악하지만 『그래도 비전이 있어 좋다』며 스스로 만족해 했다.
『은행에서 잘리느니 제발로 나오는게 더 낫다고 생각해 사표를 던졌는데 막상 나오고 보니 할만한 일이 없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민도 생각했지만 가족들의 반대가 심해 포기했어요』.
유학이나 벤처행을 통해 새 삶을 꿈꾸고 있는 은직원들과는 달리 40대이상의 나이든 은행원들은 은행을 나오기가 무섭게 세상살이 만만치 않음을 깨닫고 다시한번 절망을 맛보곤 한다.
「배운게 도둑질」이라는 말처럼 전공(?)을 살려 2금융권이나 창투사들을 기웃거리고는 있지만 요즘은 30대 중반만 넘어도 퇴물취급을 받기가 일쑤다.
이진우기자
입력시간 2000/10/0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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