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작년적자 사상최대 의미는...

지난해 은행들의 적자규모가 사상최대를 기록한 이유는 숨겨놨던 부실을 한번에 정리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은행들의 경영상태가 악화됐다고 판단할 이유는 없다.은행들의 건강상태는 오히려 좋아졌다. 몸속에 쌓여있던 고름을 짜내고 정부의 재정지원과 외자유치 증자 등으로 새 피를 수혈했다. 때문에 막대한 적자규모에도 불구하고 올해부터는 경영이 상당부문 정상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안심하기만은 이르다. 워크아웃기업등 아직 곪아 있는 상처가 언제 도져 부실화될 지 모르고, 금융개방에 따른 경쟁격화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예전처럼 쉽게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자주범은 정상화를 위한 부실의 현재화= 부실화 된 여신을 과거에는 적당히 치장해 정상여신으로 위장했으나 지난해에는 이를 현실화시켰다. 이자만 받고 있으면 정상여신으로 분류하고 부실여신일지라도 일부만 대손충당금을 쌓던 것을 지난해에는 부실여신분류기준을 강화하고 대손충당금도 100% 적립토록 했다. 또 주식과 채권평가손도 반영토록 했다. 이에따른 대손충당금적립액이 9조3,705억원에 달해 전년보다 158.6%가 증가했다. 성업공사에 부실채권을 장부가의 40%수준에서 매각해 손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은행 구조조정으로 고용조정 바람이 불어 2만8,946명이 퇴직하면서 퇴직급여충당금(2조5,296억원)부담도 커졌다. ◇부실의 현재화 등으로 은행의 유동성은 늘어났다= 성업공사가 97년부터 일반은행에서 매입한 부실채권 매입금액은 장부가 기준 29조7,000억원, 매입가 기준 14조원에 달한다. 차액만큼 은행들은 손실을 봤지만 14조원의 유동성이 늘어난 것이다. 부실기업에 묶여있던 돈을 회수해 영업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 예금보험공사의 일반은행에 대한 증자지원규모도 6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지원을 통해 부실을 도려내면서 국내은행들의 신인도는 상향조정되고 외자유치를 성사시키는 은행도 나타나고 있다. 구조조정에 따라 인건비도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예대업무, 유가증권업무, 환업무 등 경상업무이익은 4조7,95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6.6%가 증가한 것이다. ◇향후전망과 과제= 금감원은 올해 은행들이 전체적으로 소폭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업기반은 확대됐지만 미래의 상환가능성을 기준으로 대손충당금 설정기준이 강화되고 외국은행의 국내진출과 타업종과의 경쟁이 은행들에 또다른 위협요소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은행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에 달려있는 셈이다. 부실규모가 큰 은행들은 대기업을 주거래기업으로 가지고 있는 대형은행들이다. 합병전 국민은행이 이익을 낸 것이나 주택은행이 선진국기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수천억원규모 추가로 적립하고도 적자규모가 적었던 이유는 기업거래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기업여신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지난해와 같은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담보위주의 여신관행을 미래의 사업전망이나 현금흐름 등에 바탕을 둔 신용위주로 전환해야 하며 영업기법의 다양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리스크 관리를 등한시하는 한 경기후퇴 등 외부 충격이 있을 경우 지난해의 전철은 언제든 되풀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정부가 대주주인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이 경상업무이익조차 적자를 기록한 것도 새겨볼 대목이다. 환란초기 유동성확보를 위해 고금리의 예금을 유치한게 주요인이지만 정부가 대주주이면 망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의식과 정부의 시시콜콜한 경영간섭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정부가 대부분의 은행에 지분을 가진 상황에서 은행들의 경영자율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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