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런 분위기에 무슨…" 기업들 IPO 연기·증자 취소 줄이어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br>청구서 제출 미루고 시장 주시… 상장 추진 업체수도 크게 줄어<br>변동성 장세 상당기간 지속땐 기업들 자금조달 차질 불보듯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자금조달시장에 먹구름이 끼자 11일 대우증권 딜러들이 서울 여의도 본점 트레이딩센터에서 시장 상황을 모니터하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경기둔화 우려로 증시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연기하거나 증자를 연기하는 등 자금조달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특히 당분간 대외불안에 따른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증시가 폭락세를 거듭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자 당초 올해로 예정했던 IPO 일정을 재검토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태양광발전과 반도체용 잉곳ㆍ웨이퍼 전문기업인 LG실트론은 당초 올해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증시 상황이 악화되자 청구서 제출을 보류하고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LG실트론처럼 아직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를 내놓지 않은 기업들은 그나마 마음이 편한 상황. 이미 상장예비심사청구서가 승인돼 IPO 절차 진행만을 남겨놓은 기업들은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한 고민이 깊은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을 맡은 테크윙은 당장 오는 29~30일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있다. 테크윙은 일단 예정대로 IPO와 상장을 모두 진행할 계획이지만 지난 8일과 10일 상장한 제이씨케미칼과 화진이 상장 첫날 하한가로 곤두박질친 사례를 볼 때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이후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IPO 일정을 확정 짓지 않은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2곳, 코스닥시장 13곳 등 15곳이다. 일반적으로 예비심사가 승인된 뒤 한 달 반에서 두 달이면 상장까지 진행되는데 현재 상황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일정이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이 악화되면서 상장을 추진 중인 업체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실제 7월 9개 기업이 IPO를 진행한 것과 달리 이달에는 1곳만이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다. 대형 증권사에서 IPO 주관업무를 담당하는 한 임원은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기업들은 증시 상황을 지켜보며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며 "현재 같은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증시 입성 추진을 주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이 IPO 비수기라 영향을 받는 기업들이 적은 것이 다행"이라며 "한창 IPO를 진행하던 시기에 급락장이 왔다면 철회신고서가 쏟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시 상황의 악화는 상장기업들의 자금조달에도 훼방을 놓고 있다. 유상증자 청약률이 떨어지거나 주가 하락으로 계획보다 적은 자금을 동원하게 되는 사례 등이 생기는 것이다. 원풍물산은 이날 공시를 통해 9~10일 실시한 유상증자 일반공모 청약에서 당초 241만주를 모집하려 했지만 216만5,900주만이 청약을 받을 수 있었다. 나머지 24만4,100주는 잔액인수계약을 맺은 한화증권이 떠안게 됐다. 이날부터 12일까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파워로직스도 최초 주당 4,095원에 유상증자를 실시해 287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실제로 조달한 자금은 204억원에 불과했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전체 발행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아예 증자를 포기한 기업도 있다. 현대EP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 9일 현대EP는 536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예고되는 수모에도 불구하고 증시 상황 악화로 자금조달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만기가 되지 않았는데 미리 투자자들로부터 빚 독촉을 받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의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해 아직 만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상환을 요구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후 만기 전 사채 취득' 건수는 이달 들어 불과 열흘 만에 12건이 쏟아져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만 주식과 무관한 회사채시장에서는 자금조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차상기 금투협 채권시장 팀장은 "기준금리 동결로 채권이 강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증시가 불안해지자 수요가 더 늘고 있다"며 "주식 관련 채권을 제외하고는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은 증시보다는 펀더멘털과 관련이 있는데 현재 별다른 변화의 움직임은 없다"며 "BBB+ 이하 회사채시장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편 9일 진행된 한국가스공사 채권입찰에 예정금액 1,500억원보다 300억원 적은 1,200억원만 모집된 데 대해 회사 관계자는 "이례적인 상황이지만 금리를 낮게 제시한 최우선호가 때문에 투자자들이 먼저 입찰을 포기한 것이지 수요가 줄어든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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