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박원순 서울시장

삼성역 일대, 마리나베이 능가하는 국제업무지구 만들것

마이스산업 경쟁력 세계 3위로 키우고 다국적기업도 적극 유치

용산개발, 구역별 이해관계 감안해 맞춤형 가이드라인 곧 발표

대규모 임대주택 공급 한계…협동조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




"한전 부지가 팔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강남 COEX~한전·서울의료원 부지~잠실운동장이 개발되면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보다 훨씬 훌륭한 국제업무지구가 들어설 것입니다. 수서에서 연장한 KTX 노선이 삼성역에 기착하고 이를 다시 의정부까지 연장하면 영동권 일대는 마이스(MICE)는 물론 교통 중심지에다 세계적인 국제업무 중심지가 될 수 있습니다." 재선에 성공해 오는 7월1일부터 2기 시정을 시작하는 박원순(58·사진) 서울시장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동권 개발 등 서울의 경제동력을 살릴 구체적인 플랜들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박 시장이 2기 시정과 관련해 경제와 성장에 얼마나 무게를 두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박 시장은 인터뷰를 위해 시장 집무실로 들어선 취재진을 보자마자 자신의 정책 아이디어를 정리해 각각의 파일로 만들어 보관해놓은 책장 앞으로 안내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각종 경제정책이 담긴 파일을 일일이 꺼내 보이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박 시장이 가장 먼저 꺼내 든 것은 관광·마이스(MICE) 산업 활성화였다. 마이스는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박람전시회(Events & Exhibition)를 합친 복합적인 개념인데 흔히 국제행사를 떠올리면 된다. 국제행사를 한번 치르면 다양한 고용 창출효과가 나타나 서비스 산업의 꽃으로도 불리는데 세계적인 도시들 간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서울도 K팝 등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최근 3년 연속 세계 5위의 컨벤션도시로 꼽힐 정도다. 하지만 국제행사를 유치할 전시·컨벤션센터 등 시설 인프라는 세계 20위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은 강남 COEX~한전·서울의료원 부지~잠실운동장을 잇는 일대 72만㎡를 국제교류복합단지로 조성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시장은 "한전 부지 등을 개발하고 수서에서 KTX 노선을 연장해 강남역까지 잇고 이를 다시 의정부까지 연장하면 영동권 일대는 마이스는 물론 교통 중심지에 국제업무 중심지가 될 것"이라며 "후발주자지만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보다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처럼 카지노를 유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박 시장은 "외국 투자가 중에는 서울에 카지노를 허용해주면 4조원 이상의 투자를 하겠다는 곳도 있었지만 이런 걸 허용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서울 마이스단지 내 카지노 허용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시장은 마이스단지 조성이 마무리되면 2018년까지 국제회의 유치를 350건으로 확대하고 700명의 마이스 전문인력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마이스 산업의 경쟁력이 최근에 4위까지 올라와 있다"며 "대외적으로는 세계 3위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넘어 2,000만명을 목표로 다양한 관광 활성화 대책도 제시했다. 박 시장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 수출 장려를 위해 열렸던 민관 수출확대진흥회의를 본떠 최근 들어 관광진흥정책회의를 열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박 시장은 "제가 경제를 잘 모르지만 전문가들의 이야기 듣고 끊임없이 토론하고 하니까 더 전문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며 "경제 분야 정책들도 이렇게 많이 준비해놓고 있다. 경제는 늘 열심히 하되 자꾸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1기 때 실시한 채무 감축의 성과를 바탕으로 2기에서는 과감한 투자를 할 계획도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1기 재임기간인) 2년8개월 동안 약 3조8,000억원의 채무를 감축했고 올해 말까지 7조원 정도 채무가 감축되면 조금은 안정적 재정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바탕 위에 시민의 삶과 서울의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데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채 감축이 지상목표였지만 앞으로는 안정적인 재정 기조가 유지되는 한 각종 투자에 과감히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용산 개발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구역별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용산 개발의 실패 원인으로 구역별로 다양한 수요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획일적으로 추진한 것을 꼽았다. 박 시장은 "실패했던 용산 통합개발 방식을 다시 추진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코레일 기지창에 바로 붙어 있는 마을은 수용해 개발하는 등 구역별로 다양한 수요에 맞춰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조만간 서로 다른 구역 주민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개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방침이다.

수도권 매립지 폐쇄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인천시가 갈등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박 시장은 "(쓰레기매립장으로 인한) 인천 주민들의 불편이나 생활상의 어려움을 해결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어느 정도 경비를 들이더라도 인천시민의 걱정을 덜어주는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에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인천시민들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 인천 미래발전도 담보되는 동시에 수도권 매립 수요도 해결하는, 윈윈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며 "중앙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좋은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의 소속 정당이 달라 문제 해결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각자가 정당의 대표는 아니지 않느냐. 저는 서울시민을, 유 시장은 인천시민을 대표하는 것이고 수도권 전체,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을 함께 가져가야 할 책무가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렇게 접근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공공주택 보급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2기 때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시장은 "신규 택지 고갈과 SH공사 채무 증가로 인한 대규모 임대주택 공급의 한계로 새로운 공공주택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며 "2018년까지 새로운 안심주택 8만가구 공급과 2020년까지 2~3인용 소형주택 20만가구 공급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시장은 관리형 주택협동조합과 공공토지임대형 주택협동조합을 육성하고 민간임대주택 지원을 위한 국민주택기금 규모와 이자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저렴한 소형주택을 집중 공급하기 위해 주차장 등 도시계획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박 시장은 '소행주(소통 있어 행복한 주택)' 모델을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주택은 개인이 혼자 짓거나 건설사들이 지어놓으면 입주를 하는 개념이었는데 앞으로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10세대나 30세대, 100세대 등 제한 없이 힘을 합쳐 함께 주택을 짓고 사는 시대가 온다는 게 박 시장의 설명이다. 만약에 특정 동네에 인접해 살고 있는 30~40대의 젊은 10세대가 의기투합해 주택을 짓는다고 치면 단지 중간에 작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짓고 작은 운동장이나 텃밭 등을 설계해 세대 공동이 원하는 독특한 주택단지를 만들 수 있다. 집집마다 공부방을 만들 필요없이 공동의 공부방이나 공방을 만들어 공예사업체를 만들 수도 있고 공동세탁소와 같이 공유개념을 적용하면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취미가 맞는 사람들끼리 모일 수도 있고 노인들을 모시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단지 내에 요양시설도 만들 수 있다. 박 시장은 '소행주'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자금지원도 계획 중이다. 완공까지 거주할 주택 마련을 위해 전세자금 등을 2%대 미만의 저리로 3~4년 융자해주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시 금고인 우리은행에 5,000억원을 요청해 승인을 받아둔 상태"라며 "정책을 가다듬고 있는 중인데 본격화되면 어마어마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수도권 규제에 막혀 해외투자 유치 등에 있어 조세특례 등을 전혀 적용 받지 못하는 등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은 여의도를 중심으로 금융허브를 만들려고 하지만 정부가 부산을 또 다른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고 있어 상당한 차질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 시장은 "현재 서울이 금융허브가 되기엔 너무 미약하다"며 "정부가 서울을 두고 부산을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려는 것은 적절한 조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래소 기능을 한곳에 모아놓아도 중국 상하이나 일본 도쿄 등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인데 이걸 (서울과 부산) 두 군데로 나눠놓았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이런 (기형적인) 분점을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서울과 지방의 정책환경과 조건이 굉장히 다른데도 정부는 획일적 가이드라인만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서울시가 이미 한발 앞서 가 있는 정책을 오히려 지방과 획일적으로 맞추려다 보니 좋은 정책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연한 사회적 시스템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서울이 도입한 각종 정책 중에 좋은 것들이 있으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재정이나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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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경남 창녕 △경기고, 서울대 법대 중퇴, 단국대 사학과 △1982년 대구지검 검사 △1995년 참여연대 사무처장 △2000년 총선시민연대 상임공동집행위원장 △2002년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 △2007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2011년 민선 5기 서울시장 △2014년 민선 6기 서울시장 당선



"구룡마을 개발 갈등, 대화 통해 푸는게 순리"

정혜진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강남 구룡마을 개발을 둘러싼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강남구가 대화의 장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시장은 "(구룡마을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남구는 최근 서울시가 제시한 구룡마을 개발계획(안)과 관련해 일절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은 개발안에 대해 이견이 있으면 협의를 통해 조율해야 하는데 대화에도 나서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는 심경을 밝힌 것이다.

강남구는 구룡마을을 환지 방식 개발로 변경한 것 자체가 법적으로 하자가 있다며 100% 수용개발 외에는 어떤 대안도 받아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수용 방식 개발 외 대안은 없다는 게 강남구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구룡마을 개발은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마을을 개선하고 주민들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환경으로 이주시키는 게 목표"라며 "시장이나 구청장이나 기본적으로 목표는 같은 게 아니냐"고 말했다.

박 시장은 "목표가 같기 때문에 서로 갈등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강남구가 대화의 창구로 나올 것을 주문했다. 강남구가 대토지주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다 나온다"며 "진실은 하나이지 둘일 수는 없다"며 강남구의 의혹이 근거가 없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최근 박 시장은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6·4지방선거 이후) 당선 축하인사를 위해 신 구청장에게 몇 번 전화를 드렸는데 받지를 않아 통화하지 못했다"며 "보통 서울 구청장님들은 시장 휴대폰 번호 정도는 입력해놓고 계실 것 같은데…"라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박 시장은 "그래도 혹시 (저장을 안 해놓고 있을지) 모르니까 다음에 통화할 일이 생기면 먼저 문자를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신 구청장은 지난해 박 시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토지수용 예산이 부족해 환지가 필요하다 것은 지나가던 황소도 웃을 일"이라며 비난하는 등 구원이 남아 있다.



사진=권욱기자

대담=오철수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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