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354전 355기' 프레이저 첫 우승


꿈을 이룬 사람은 누구나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 뒤늦게 목표에 도달한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숱한 좌절과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낸 의지를 평가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불혹의 나이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해리슨 프레이저(40ㆍ미국)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프레이저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사우스윈드TPC(파70ㆍ7,244야드)에서 끝난 페덱스 세인트주드 클래식(총상금 560만달러)에서 연장전 끝에 로베르트 카를손(42ㆍ스웨덴)을 제쳤다. 1998년부터 PGA 투어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프레이저가 무려 355번째 출전 만에 거둔 감격적인 첫 우승이었다. 데뷔하던 해 5월 바이런넬슨 클래식에서 공동 2위에 오를 때만 해도 정상까지 13년 넘게 걸리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그였다. 프레이저는 “최근 몇 년은 너무 길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히고 “솔직히 우승 재킷을 입어볼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즌이 끝나고 나면 다른 직업을 찾아볼까 고민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통산 준우승 4회, 3위 6회의 성적을 냈지만 그나마도 2006년 이후로는 3위 안에 한 번도 들지 못하면서 그의 이름은 잊혀져 갔다. 지난주까지 세계랭킹도 583위에 불과했다. 투어 상금랭킹 189위에 그쳤던 지난해에는 엉덩이와 어깨 부위 부상 절개 수술을 받고 ‘병가’ 신청을 내 이번 시즌 겨우 투어카드를 지킬 수 있었다. 올 들어서도 이 대회 전까지 9개 대회에서 5차례 연속을 포함해 6번이나 컷오프를 당했던 그는 2주 전 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서 공동 14위에 오른 뒤 이날 ‘잭팟’을 터뜨렸다. 이번 우승 상금 100만8,000달러는 지난해 상금 20만1,280달러의 5배나 되는 돈이다. 이번주 열릴 예정인 US오픈 출전권을 예선을 통해 어렵사리 따낸 그는 2년간의 투어카드와 함께 내년 4월 난생 처음 마스터스에도 나갈 수 있게 됐다. 이날 우승길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선두 카를손에 1타 뒤진 2위로 출발한 프레이저는 전반에 4타를 줄여 공동 선두를 이룬 뒤 카를손이 17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한 덕에 우승컵을 거머쥐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홀(파4)에서 두번째 샷을 물에 빠뜨려 1타를 잃는 바람에 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로 동률을 허용하고 말았다. 승부는 세번째 연장전 끝에야 판가름 났다. 프레이즈는 12번홀(파4)에서 두번째 샷을 6.5m에 올렸고 그린을 놓친 카를손이 3m 남짓한 파 퍼트를 실패하자 2퍼트로 마무리한 뒤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승부에는 희비가 엇갈리게 마련이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PGA 투어에서 뛰면서 아직 우승이 없는 카를손은 이 대회에서만 2년 연속으로 연장 패배의 쓴 잔을 들어야 했다. 지난해 우승했던 세계랭킹 2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는 이날 공동 11위로 마쳤다. 이번 시즌 7번째 생애 첫 우승자 대열에 합류한 프레이저는 “정규라운드 18번홀 보기는 경기의 흥미를 위한 것이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때론 목표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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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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