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14 법률시장 로펌 대표에 듣는다] <2> 강용현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

해외로펌과 협력 확대로 고객만족 극대화

해외사무소 추가 설립하고 인재양성·전문성 강화 주력

공익재단 '동천' 활동 늘려 따뜻한 사회 만들기도 앞장


해마다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온 법무법인 태평양에게 지난해는 혹독한 한 해였다. 지난해 실적에 대한 집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예년과 달리 한자릿수에 성장에 그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야 법조계에서는 법무법인(로펌)간 경쟁이 유독 심했던 상황을 고려할 때 한 자릿수 성장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말 태평양의 경영 대표를 맡은 강용현(64·사진) 대표변호사에겐 유달리 긴 한 해로 기억된다. 강 대표는 "지난해에는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한 해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1년 전 대표변호사를 맡은 직후 기자와의 만남에서 보여줬던 활기찬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목소리의 톤은 다소 낮았다. 지난해 겪었던 부담이 컸던 만큼 올해 각오도 남다르다는 점을 그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읽을 수 있었다.


실제로 로펌업계 안팎의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다. 법률시장 개방과 변호사 급증으로 인한 내부 요인에 경기침체 등 외부 어려움까지 더해지면서 로펌간 경쟁은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강 대표는 "변호사 숫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꺼리면서 법률수요가 정체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태평양은 그나마 지난해 4·4분기 대형 사건 수임이 늘어나면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강 대표는 "지난해 실적이 정확히 집계되지는 안았지만 예년과 비교해 현상유지 수준이라 내세울 만한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올해 법률시장 전망에 대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법률시장 개방과 변호사 수 급증, 경기 불황 지속 등으로 인해 로펌들에게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교적 담담하게 전한 예측이지만 로펌 입장에서는 작년보다 더 팍팍한 한 해를 내다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 대표는 올해도 '고객 만족'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며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고의 법률서비스를 최선의 방법으로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로펌 고객의 요구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의 법률서비스를 고객이 원하는 방법으로 제공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강 대표는 고객 만족을 위해 올해도 전문성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문성의 뒷받침 없이는 로펌을 찾는 고객을 제대로 만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최근에는 고객들이 단 하나의 방법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요구한다"며 "어느 때보다 전문성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인재 경영을 앞세우는 태평양이 최근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2차관과 강영구 전 보험개발원 원장을 고문으로 영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 대표는 전문성에 더해 고객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최선을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공되는 최고의 법률서비스가 최선의 방법으로 고객에게 전달될 때 고객 만족도가 극대화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그 동안 외국 로펌에 비해 국내 로펌들은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 소홀했거나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법률서비스를 전달할 때도 의뢰인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법률가인 변호사들뿐만 아니라 로펌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태평양은 올해 법률시장 2차 개방에 대응하는 동시에 대고객 서비스 수준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해 외국 로펌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강 대표는 "고객이 원할 경우 외국 로펌을 연결시켜 주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협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우수한 해외 로펌들을 전문분야별로 발굴, 파악하고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중국에 있는 해외 사무소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 외 지역에도 사무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태평양은 국내 로펌 중 가장 먼저 일본에 진출한 경험을 갖고 있는 터라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일본 지사는 수년간 유지되다가 전략적 판단에 따라 철수했지만 당시 경험을 통해 해외 지사 설립에 관한 운영 노하우를 갖추게 됐다.

태평양은 현재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각각 사무소를 두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에 진출하거나 투자하려는 기업에게 이전보다 깐깐한 조건을 제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한 터라 중국 사무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 대표는 "중국 정부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현지 사무소의 중요성과 역할이 커지고 있다"면서 "중국 외에 해외 진출도 검토하고 있으며 언제,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진출할 지는 신중히 따져보고 있다"고 전했다.

태평양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렸다. 지난해 법무관 7명, 연수원 출신 10명,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18명 등 총 35명을 뽑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명 늘어난 총 37명을 채용했다.

인재 채용에 대한 강 대표의 소신은 확고하다. 개인적인 능력은 기본이며 조직과 융화할 수 있는 품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신규 변호사를 채용할 때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조직과 다른 변호사와 협력할 수 있는 인재를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공익 활동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2009년 국내 로펌 가운데 태평양이 처음으로 설립한 공익재단 '동천'의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태평양은 재단의 상근 변호사 수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 비상근 변호사를 포함하면 전담 변호사 수는 겉으로는 4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120명에 이르는 변호사들이 재단의 각 위원회에 소속돼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있어서 앞으로 동천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강 대표는 "동천은 다름 로펌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라며 "태평양 변호사들은 자기 분야 말고도 동천에서 담당하는 분야의 전문가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조원희 변호사는 동천에서 장애인문제를 담당하며 법률서비스를 지원한다. 소송 전문가인 이경환 변호사는 동천에서 여성청소년문제에 대해 법률지원을 한다. 공익 활동으로 인해 조 변호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이 변호사는 서울시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소속 변호사들이 새벽에 짬을 내 재단 활동과 관련해 업무를 보고한다"면서 "신입 변호사 가운데 공익활동을 하고 싶어 태평양에 지원했다고 하는 변호사들도 있다"며 동천에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강 대표는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태평양을 건강한 포럼과 따뜻한 포럼, 자랑스런 포럼을 만들 수 있도록 전 직원이 화합하고 소통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변호사들과 지원부서 직원과의 관계, 업계에서의 위상을 고려한 그의 바람은 소박해 보이지만 거대한 꿈을 담고 있었다.

He is…

△1950년 부산 △경기고, 서울대 법대 △제20회 사법고시 합격 △1980년 서울민사지법 판사 △1993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1994년 청주지법 부장판사 △2001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2009년 한국형사판례연구회·국제거래법학회 이사 △2012년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

사진=김동호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