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행 한달 관광진흥개발기금<출국세> 징수(논쟁)

「관광은 문화를 파는 상품」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관광산업은 볼거리의 부족, 업소의 불친절, 도로체증을 비롯 이동수단의 미비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국내 관광여건을 개선,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한편 내국인의 해외관광 수요를 억제키 위한 재원확보의 수단으로 강구됐다.기금부과 방침은 지난해 7월10일 대통령이 주재한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확정됐다. 이후 문화체육부는 11월12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관광진흥개발기금법 개정안을 11월19일 국회에 올렸다. 그러나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당초 일부를 제외하고 전출국자에 부과키로 했던 법안내용이 순수 관광목적 출국자로 바뀌었다. 아무튼 12월16일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관광진흥기금법은 올 1월13일 공포됐다. 그리고 6월28일 만13세∼63세까지의 순수 관광목적 출국자를 대상으로 1만원씩(항공기이용자)을 걷는 시행령 확정에 이어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해외여행자는 올해의 경우 5백만명, 이중 순수 관광목적 출국자는 1백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증가율이 매년 10%안팎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거둬 들일 수 있는 금액은 대략 1백50억∼1백60억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관광진흥개발기금은 당초의 순수한 목적에도 불구, 입법을 지나치게 서두른데다 정치논리까지 개입되면서 논란이 야기 될 소지를 안은채 출발했다는것이 중론이다. 현행 관광진흥개발기금은 ▲부과대상이 모호할 뿐 아니라 ▲징수방법의 일관성이 결여돼 있으며 무엇보다 ▲내지 않았을 경우의 강제규정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행 첫날부터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징수는 벽에 부닥쳤다. 아예 입법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고, 또 알았다하더라도 거부감에 그냥 출국하는 이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결국 기금을 낸 사람들만 상대적 불이익을 받은 셈이되고 말았다. 29일에는 김포공항에 입주해 있는 32개 항공사들이 문화체육부와 서울지방항공청에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14일부터 출국장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실상의 강제징수로 인해 정시운항이 방해받고 있으므로 징수방법을 변경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관광진흥개발기금. 시행 1개월을 맞아 존폐여부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다.<이종환 기자> ◎찬성­이태희 명지대교수·관광학/혼란 일시적 점차 정상화/여행적자해소·관광기반 확충위해 필요/세계각국선 외국인에까지 일률부과도/출국자 이중부담 느끼는 징수방법이 문제 관광진흥개발기금은 1972년에 제정된 관광진흥개발기금법에 근거한 정부관리 기금이다. 이미 25년동안 한국의 관광산업 육성과 지원에 사용되어 온 기금인 것이다. 그러나 1983년에 기금으로의 정부출연이 중단된 이후 기금을 통한 관광산업에의 지원효과가 출어들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하에 관광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하려는 정부방침에 따라 기금규모의 확대가 필요하게 되었다. 기금재원 확충의 일환으로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해외여행자에게 부과키로 한 것이다. ○부의 재분배 실현방편 최근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0% 정도가 매년 해외로 여행을 나가고 있다. 그 10%중에서 관광목적의 출국자들이 기금을 납부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다소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 낸 기금은 국내 관광기반시설의 조성과 향상에 쓰여진다. 기금지원을 통해 열악한 관광안내체계가 개선된다. 숙박시설이 새로지어지거나 기존의 시설이 개·보수된다. 국민 관광지가 조성되고 관광업계종사원을 교육·훈련시키는데 사용된다.「그나마 여유가 있는 계층」이 내놓은 기금을 통해 아직은 해외여행의 여유가 없는 국민들의 국내 관광여건이 향상되는 것이다. 부의 재분배가 실현되는 하나의 방편이 된다. 그 10%에 속하는 사람들이 해외에서만 관광을 즐기라는 법은 없다. 국내의 관광여건이 향상되면, 해외여행을 하던 사람들이 국내여행을 하면서 이미 부담했던 비용의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민족을 줄 수도 있다. 국가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관광수지 적자의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훌륭한 명분을 갖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의 확보가 해외여행을 하는 소수 국민들로부터 저항을 받는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국가차원에서 특정분야를 지원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문화와 예술부문을 지원하는 문예진흥기금, 체육분야 지원을 위한 국민체육진흥기금등 그 예는 많다. 우리가 극장표를 사거나 스키장에서 리프트표를 구입할 때 이런 기금이 일정액 표값에 포함되어 있다. ○관광안내체계 개선 우리 국민이 여권을 발급 받을 때 내는 비용에 국제교류를 위한 기금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마찬가지 경우다. 대부분 국민들이 그런 기금을 낸다는 것 조차 모르고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기금을 별도로 징수하지 않고 다른 비용과 함께「묻어서」징수하기 때문이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의 경우는 공항이용료와는 별도의 표를 구입해야 출국이 가능한 방식을 택하면서 문제가 되었다. 관광목적 출국자들이 이중부담으로 느끼기 십상인 방식인 것이다. 그러나 기금납부의 부담이 어딘가에 묻혀있으면 모른 채 내도 상관없고 알면 못내겠다는 사고방식에도 문제는 있다. 물론 초기의 시행착오를 극복하여 이제는 공항 출국장에서의 기금징수가 정상화되고 있다. 출국부담금 성격의 기금부과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시행되는 우스꽝스런 제도도 아니다. 미국, 영국, 호주등 선진국, 개도국 구분없이 지구상의 각 대륙에 수도 없이 많은 나라에서 시행되는 제도이다. 출국자에게 기금을 부과하여 관광진흥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깊이 없는 비판이다. ○국민 여가생활 향상 외국의 경우는 외국인들에게까지 일률적으로 출국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런 경우 출국세는 그 나라의 일반 회계예산으로 편성되어 관광부문은 물론 국가 전체의 예산 집행에 쓰여진다. 해외를 두루 다니며 출국세나 공항세라는 명목으로 다른 나라의 살림살이에는 돈을 보태주면서, 정작 우리나라의 관광발전을 위해 일조를 하자는데 몸싸움까지 해가며 기금 안내고 출국장을 빠져나가려는 모습, 바로 이율배반의 자화상이다. 징수방법과 기금부과대상에 약간의 혼동이 있다고 해서「국민 여가생활의 여건 향상」「여행수지적자 해소」등 중요한 파급효과를 갖는 기금의 확보가 차질을 빚어서는 안될 것이다. ◇약력 ▲60년 서울출생 ▲서울대 조경학과, 동대학원(생태조경학 석사) ▲미텍사스 A&M대 대학원(관광학 박사) ▲텍사스주 관광정보연구소 연구원 ▲교통개발연구원 관광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반대­원윤희 서울시립대교수·정책학/대상기준 모호해 마찰만/ 특정계층 부담 벌과금적성격 “불공정”/징수대행사에 수수료14% “취지 훼손”/관련주체 합리적 역할분담등 재검토 필요 지난 7월 1일부터 징수되기 시작한 관광목적 해외출국자에 대한 관광진흥개발기금 (소위 출국세)에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지난 한달간의 시행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서 이의 공정한 징수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관광을 목적으로 출국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출국목적을 관광이 아닌 친지방문이나 다른 사항으로 기재하는 경우 이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직하게 출국목적을 기재한 사람만 기금을 납부하게 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우려된다. ○관광목적 확인 어려워 이러한 문제점에 대처하기 위하여 납부대상을 관광목적 출국자만이 아닌 전체 해외여행자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기금의 재원조달과 운용을 관광이라는 측면에서 상호 연계지웠던 본래의 취지가 퇴색하게 되며, 결국 실질적인 의미의 출국세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납부금 징수를 대행하는 민간여행업계에 납부액의 14%라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수수료가 지급된다는 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관광시설의 확충 등을 위한 재원마련이라는 본래의 의도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특히 현재 시중은행의 공과금 수납대행 수수료가 1.5%이며, 특별시·광역시의 지방세를 위임징수하는 자치구나 경주마권세를 특별징수하는 한국마사회에 지급되는 징수교부금의 교부율이 3%라는 점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게 설정됐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징수상의 문제 이외에도 우리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까지도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관광사업을 효율적으로 발전시키고 외화 수입의 증대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치되었는데, 주요 사업은 호텔을 비롯한 각종 관광시설의 건설 또는 개수를 위한 자금대여, 관광정책에 관한 조사·연구, 그리고 국외 여행자의 건전관광교육 및 관광정보제공 사업 등에 대한 자금대여나 보조 등이다. ○정부역할 재고 필요 소득증가에 따라 우리 국민들의 관광수요는 크게 증대하고 있으며, 굴뚝없는 공장으로서의 관광사업은 중요한 외화획득산업으로서 우리 경졔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관광산업의 발전과 이를 위한 제반 기반시설확충이 중요하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관광사업 발전을 위해 정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또는 구체적인 사업내용들이 정부기금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여겨진다. 관광기반시설의 확충 등을 위한 기금의 재원을 모든 국민들이 부담하는 조세가 아니라 관광목적 출국자라는 일부 특정의 사람들로부터 징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여행수지 적자에 대한 원인자부담금 또는 벌칙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해외관광을 즐기는 사람들로부터 재원을 조달하여 국내의 관광기반시설 확충에 사용함으로써 우리의 관광사업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해외관광을 억제하고 외국관광객을 유치하여 증가하고 있는 여행수지 적자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수혜자는 국민 전체 그러나 국내 관광기반시설 확충의 주요 수혜자는 우리 나라의 모든 국민인 것이며, 관광시설은 이제 단순히 외국관광객 유치를 통한 외화획득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크게 증가하고 있는 우리의 관광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기반시설인 것이다. 따라서 그 재원을 일부 특정계층만이 부담하는 벌과금적 성격의 부과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공평하지도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논의들을 종합하여 볼 때, 관광목적 출국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현행 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관광산업 발전과 기반시설 확충, 그리고 그와 관련된 재원조달문제는 각 관련주체들의 합리적인 역할분담과 관광서비스의 수익자 및 부담분포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필요로 한다고 할 것이다. ◇약력 ▲67년 전북 고창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 ▲미시라큐스대 맥스웰스쿨 수료 ▲미오하이오주립대 정책대학원(정책학 박사) ▲내무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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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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