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표준 해결안돼 '윈윈해법' 모색서비스사업자 "비동기식 국내기술 개발후로"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의 기술표준을 둘러싼 정부·서비스사업자·장비제조업체의 이견과 갈등을 풀 뾰족한 방안을 찾지못하는 가운데 「윈윈(WIN-WIN)해법」으로 「서비스 연기론」이 등장, 관심을 끌고있다.
기술방식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서비스 사업자들이 최근 제기하고 있는 이 해법은 「비동기방식을 채택하되 국내 장비업체들이 비동기방식에 대한 기술개발이 끝나 국제경쟁력을 갖출 때 까지 IMT-2000의 서비스 시행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우리경제 사정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굳이 2002년 한·일월드컵 이전에 실시해야 되느냐는 지적과 비동기식 기술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에 나설 경우 수입이 급증할 것이 뻔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있다.
또 정부도 서비스 실시 시기에 관한한 사업자의 뜻에 맞긴다는 입장이어서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주목되는 安장관 발언=서비스 실시시기의 연기론은 그동안 업체간에 「물밑 논의」수준이었다. 그러다 25일 안병엽(安炳燁) 정통부 장관이 『IMT-2000 서비스 실시시기는 협의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본다』며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였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기술개발과 고용창출을 할 수 있도록 좋은 의견이 나올 것이고 필요하다면 정부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연기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수면위로 나온 상태다.
安장관의 발언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협의회에서 논의할 것」이라는 대목. 협의회의 주구성원이 바로 서비스 및 장비업체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의견을 모은다면 연기도 가능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업체들의 입장=서비스 사업자들은 오는 10월 말로 한달 늦춰진 사업권 허가신청서에 「비동기방식의 국내기술 개발완료 후 서비스 실시」「국산장비 구입 의무화」와 같은 내용을 넣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모든 사업자들이 비동기방식을 선호하고 있는데 대해 정부와 장비제조업체에서 동기방식의 국내기술시장 붕괴와 IMT-2000 서비스 시행초기에 외산장비의 국내시장 장악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업계획서에 시행연기와 국산장비 구매 의무화 사항을 명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른 서비스 업체의 고위 관계자도 『시행시기 연기와 장비구매 의무화 방안이 기술표준협의회에 안건으로 올라올 경우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체들의 움직임=이 방안의 성사여부에서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입장이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와 장비를 대표하는 두 기업이 동의한다면 「대안」이 「방침」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은 IMT-2000 기술표준을 비동기식으로 채택하는 대신 삼성전자를 IMT-2000용 비동기식 장비공급업체로 선정하고 이를 곧 삼성측에 전한다는 방침을 정해 놓고 있다.
조정남(趙政男) 사장은 최근 본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는 세계시장 진출을 고려해 동기식과 비동기식 기술을 모두 수용하는 개방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삼성전자에 이같은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SK텔레콤으로 부터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통보받지 못했으나 그런 제안이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비스 실시시기를 연기하면서 기술표준 문제를 푸는 방안은 기술표준협의회에서 공식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지난 몇달 동안 정통부 장관이 나서서도 해결을 못본 문제를 실무진들이 모인다고 합의가 도출되겠느냐』며 『서비스 실시연기와 같은 새로운 방안을 놓고 협의해야 의견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관련, 安장관은 이날 『기술표준협의회에서 합의안을 마련, 건의해올 경우 그대로 받아들일 작정』이라며 업계 자율에 의한 기술표준 선택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민수기자MINSOO@SED.CO.KR
정승량기자SCHUNG@SED.CO.KR
입력시간 2000/09/2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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