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SK이노베이션은 암흑의 시기를 보냈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정제마진이 크게 줄어들었고 한때 20만원에 육박했던 주가도 13만원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특히 2ㆍ4분기에는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SK이노베이션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주가와 실적 추정치가 동반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관련 종목들이 주요국에서 경쟁적으로 벌이지고 있는 양적완화(QE)로 투자자들의 관심대상 1순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이 인플레이션 위험 회피와 수익실현을 위해 원자재주로 쏠리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에 대한 기대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풍산의 3ㆍ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 급증한 205억원에 달하고 4ㆍ4분기에는 무려 5,348%나 뛴 57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의 대표적인 원자재 관련주인 고려아연은 3ㆍ4분기에는 1년 전에 비해 실적이 20% 이상 감소하겠지만 4ㆍ4분기에는 11% 증가하면서 2,01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2ㆍ4분기 극도의 실적 부진을 보였던 정유업체들도 3ㆍ4분기 이후에는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GS의 경우 3ㆍ4분기 2,63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분기(837억원)보다는 3배, 지난해(1,196억원)보다는 두 배 이상 뛸 것으로 예상되고 S-Oil 역시 10%대의 양호한 이익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 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SK이노베이션은 3ㆍ4분기 7,000억원 이상의 흑자로 돌아서고 4ㆍ4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대우인터내셔널과 LG상사, SK네트웍스, 가스공사 등도 적극적인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면서 분명한 수익성 개선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원자재 관련 업체들의 실적이 이처럼 하반기에 뚜렷한 개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유럽 위기가 점차 완화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를 벗어나려는 주요국들의 정책이 잇따르는 등 주변 여건이 개선되면서 원자재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선물 12월물 가격은 지난 6월말 온스당 1,602달러에서 9월21일 170달러 이상 오른 1,775달러까지 치솟았고 은값도 무려 25%나 뛰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도 지난 6월말 배럴당 86.23달러에서 92.96달러로 7.8% 상승했고 구리 가격도 파운드당 3.51달러에서 3.77달러까지 올라간 상태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의 양적 완화에 따른 잉여 유동성이 원자재에 대한 수요를 자극할 여지가 있다"며 "이는 다시 위험선호를 자극하며 원자재와 신흥시장 통화가치를 당분간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주요국의 양적 완화로 비철금속, 귀금속 등의 가격 상승 모멘텀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고려아연과 풍산 등의 실적 전망치가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지난 7월말까지만 해도 주가가 4만4,400원에 그쳤지만 9월21일에는 이보다 64.0%나 뛴 7만2,800원까지 치솟았고 고려아연(24.3%), 풍산(14.4%), LG상사(20.9%), SK네트웍스(16.3%) 등도 1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6.3%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SK이노베이션과 S-Oil, GS 등 정유주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이후 위험자산 선호로 비철금속, 정유, 자원개발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특히 LG상사 등 자원개발 관련 종목들은 석탄, 유가 등의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평가했다.
직접 투자 부담되면 '원자재 펀드'로 눈 돌리세요 송영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