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원·엔환율 하락보다 원·유로가 더 심각"

‘원ㆍ엔보다 원ㆍ유로 환율 하락이 더 큰 문제다.’ 원ㆍ유로 환율 1,200원대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유로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1,400원대를 유지했던 원ㆍ유로 환율은 지난 4월 초 1,300원대가 무너진 데 이어 이달 17일에는 1,208원65전까지 급락했다. 원ㆍ유로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달러ㆍ유로 환율은 지난주 말 1.1725달러로 지난해 말(1.3643달러)에 비해 14.1%나 평가절하됐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8일 “금리인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발언을 내놓으며 유로화가 달러에 대해 일시적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달러 상승추세 자체를 변화시키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같은 기간 동안 엔화환율은 13.8% 절하(2004년 말 102.54엔→2005년 11월18일 118.99엔)됐다. 이에 따라 달러 약세를 피하기 위해 유로화 결제비중을 높여왔던 국내 수출기업들이 유로 지역에서 채산성 및 수출경쟁력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ㆍ삼성전자는 물론 상당수 중공업체들은 지난해 말 원화가치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자 달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율 변동폭이 크지 않은 유로화 수출비중을 늘려왔다. 그 결과 지난해 말 7.8%에 불과하던 유로화 결제비중은 올 4월 10.7%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4월 말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유럽연합(EU) 헌법 부결 영향으로 유로화가 한달여 동안 무려 4.3% 절하되자 다시 유로화 결제비중(2005년 9월 말 현재 8.0%)을 줄이느라 애를 먹고 있다. 유로화와는 달리 같은 기간 동안 엔화 결제비중은 특별한 변동 없이 5% 초반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유로화 가치 폭락이 계속되면 유로 지역에서 한국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동안 유로화 결제비중을 높여왔던 기업들은 손실이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달러화 결제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현실에서 ‘유로화 약세ㆍ달러 강세’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로 지역보다 미국시장의 수출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원ㆍ유로 환율이 하락해도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한다면 수출기업 전체에는 오히려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엔, 유로 등과 동조화되기는커녕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18일 원화환율은 달러당 1,036원20전에 끝나 지난해 말보다 0.1% 절하되는 데 그쳐 지난해 말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원화만 유독 미국 달러화에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은 점차 쇠약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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