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라크접경 요르단 들끓는 ‘반미’

`쿠웨이트는 이제 발뻗고 잘 수 있게 됐지만 우리들의 절망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기자가 요르단에서 만난 시민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이라크와 서부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요건외에도 인구 500만명에 불과한 소국 왕국 요르단이 이번 전쟁으로 느끼고 있는 경제, 정치, 심리적 불안감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22일 저녁 파리를 거쳐 도착한 수도 암만은 외형상으로는 평온한 모습이었다. 22일과 23일 만난 요르단 시민들은 하나같이 국민의 90%를 넘는 절대 다수가 이라크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강한 반미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수도인 암만발 프랑스 항공사 여객기에서 기자옆에 앉아 장시간 이야기를 나눈 요르단 정부 의 전 통계청 고위관리 수하일 자랄(58)은 “실업률이 공식적으로는 16%이지만 실질적으로는 30%에 육박할 것”이라며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면서 요르단의 3개 수입원인 관광, 중계무역과 대외원조가 모두 크게 격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랄은 “지금은 당신같은 외국기자들이 주요 외화 수입원”이라고 말하면서 허탈해했다. 기자가 공항에서 암만으로 가기위해 탄 택시기사 자와르 모하메드(41)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은 이라크의 원유 자원을 강탈하고 이스라엘의 주적을 없애주기 위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23일 만난 한 요르단 국립대 학생은 “일부 대학생들은 미국 제국주의자로부터 이라크 국민을 보호하자며 전쟁을 돕기 위해 이라크에 들어갈 생각도 하고 있다”며 “요르단의 실제 국왕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통치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3일 요르단 국립대학에서는 학생 1,000여명이 시위를 벌여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고 성조기를 불태우는등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개시후 처음으로 데모 다운 데모가 벌어졌다. 국민의 정서가 이렇다보니 요르단 정부는 마치 로프를 타고 있는 위태로운 곡예사와 같다. 지난해만 5억달러, 지난10년간 38억달러를 무상지원해 주고 있는 미국의 눈치도 봐야하지만 그렇다고 정서적으로 사담 후세인을 절대적으로 동정하고 있는 팔레스타인계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친미감정을 드러낼 수도 없어 고민을 하고 있다. 요르단 정부로서는 당장 사담 후세인 정부가 축출되면 연 7억달러에 달하는 사실상의 무상 원유 공급이 끊기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그나마 요르단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22일 압둘라 국왕의 성명서를 통해 전쟁이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끝나고 이라크 국민들의 인명피해가 최소화되기를 바란다는 어정쩡한 발언이었다. 미국정부가 요르단 정부에 빌려준 1억7,700만달러의 외채 상환 기간을 15년간 연기한다고 발표한 23일 저녁 서방기자들을 상대로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가진 알리 아불 알라게브 요르단 총리가 중동 아랍 국가중 처음으로 이라크 외교관들을 추방한다고 발표한 것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것이다. 국가 총생산량이 75억달러로 한국 재벌의 1년 매출보다 작은 약소국 요르단을 지켜보면서 한세기전 구한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주재원·선교사등 120명 거주” 주요르단 김경근대사 인터뷰 “요르단은 주변 국가중 전쟁의 여파를 가장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공격으로 이라크에서 철수한 한국 교민들과 주재원 및 요르단 주재 한국인들의 안전 대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간 김경근(51) 주 요르단 대사는 23일 수도 암만 소재 대사관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관원의 가족 등 비필수 요원들은 이미 한국으로 철수했고 최소한의 인원만 남았다”며 “교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위해 요르단 정부에게 특별 경계를 요청했으며 비상연락망 체제를 가동, 필요할 경우 철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 대사에 따르면 현재 요르단 교민은 전쟁 발발전에는 200명이 넘었으나 현재는 120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중 주재원과 공관원이 30명이고 나머지는 이슬람 국가중 기독교인이 인구의 5%를 차지하는등 타종교에 관대한 편이어서 한국에서 파견된 선교사와 가족이 90여명에 달하고 있다. 2002년9월 부임한 김 대사는 “이라크로부터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으면서 생필품을 이라크에 판매, 경제적 이익을 챙겨왔던 요르단이 이번 전쟁으로 수십억달러의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환동 특파원 <미주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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