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의 브랜드' 입증한 아리아의 향연예술도 이제는 브랜드 시대를 맞이했다.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파바로티 등 이른바 '쓰리 테너' 도 오페라계가 낳은 최고의 히트 브랜드다.
음악적으로는 그 전성기를 지났다 해야 할 이들 이후에 과연 어떤 상품이 오페라계를 이끌 수 있을까.
지난 1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로베르토 알라냐-안젤라 게오르규 부부의 첫 내한 공연은 이에 대한 한 해답을 제시해주는 자리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국내 클래식 공연사상 유래없는 전원 기립박수가 쏟아진 이날 공연은 세계 정상의 목소리가 어떤 것인가를 여실히 드러내는 자리였다.
힘있고 깊이있는 목소리를 지닌 소프라노 게오르규는 '제2의 칼라스'라는 칭호를 자꾸 되뇌이게 했고 테너 알라냐는 부드럽고 때론 섬세하기까지한 음성으로 '제4의 테너'(그는 이 호칭을 과히 좋아하지 않는다)의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했다.
하지만 이 둘의 진가는 그들이 함께 할 때 발휘되는 듯 했다. 둘은 지난 92년 오페라 '라 보엠' 공연 당시 만나 96년 역시 '라 보엠' 공연을 진행하며 막간을 이용해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함께 음반을 발매하고 오페라 실황 CD를 내놓는가 하면 오페라 영화에도 출연하는 등 화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결혼 당시에도 '비즈니스 적인 계산'이라는 질투 섞인 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혼 6년차에 들어선 이 부부는 함께 할수록 몸값과 이름값이 불려지는 행복한 전성기를 구가중이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대형 사진을 들고 환호하던 팬들이 등장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 두 사람은 배우 뺨치는 외모까지 겸비한 '전천후 스타'다.
공연 내내 두 사람은 껴안고 바라보고 키스하는 등 오페라가 실상 사랑 노래 일색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었다.
여성관객을 향해 키스를 보내는 알라냐와 합창석에까지 일일히 인사하던 게오르규는 잘 짜여진 '한편의 연희'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듯 했다.
초기 철저한 대중예술이었던 오페라는 현재 그 클래식함으로 관객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을 보면 그렇게 걱정할만한 일도 아닌 것 같다.
알라냐와 게오르규는 오페라에 할리우드적인 요소를 가미해 가면서 새로운 관객을 확장해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