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밀실에서 선출되는 거래소 이사장

지난 11일 한국거래소 출입기자들은 3년 만에 바뀌는 이사장 자리에 누가, 몇 명이나 지원했는지 알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오후5시 원서 접수가 마감된 직후 알아낸 후보는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 임기영 전 KDB 대우증권 사장, 김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정도였다. 그나마 이 후보들은 자기 입으로 지원 사실을 알려 확인이 가능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한시간 뒤인 6시 헤드헌팅업체 유앤파트너스를 통해 10여명의 지원자를 받았지만 명단은커녕 정확히 몇 명이 지원했는지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거래소 측은 "다른 공공기관도 어떤 후보가 몇 명이나 지원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어 거래소도 이사장 후보들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거래소는 자본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다. 변화하는 글로벌 자본시장에 맞춰 정책을 만들고 이를 자본시장에 적용하는 기관이다. 자율규제기관으로 증권ㆍ선물사들을 규제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 기관의 수장에 오르는 후보들은 당연히 검증을 받고 우열이 가려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같아서는 알려진 후보 4명을 제외하고 다른 후보가 덜컥 새 이사장자리에 오른다 해도 무슨 기준으로 자리를 꿰찼는지 알 길이 없다. 처음부터 지원을 했는지의 여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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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내 경기 부진으로 주식시장의 거래량이 급감하며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갈수록 줄고 있다. 증권업계의 맏형인 한국거래소에 앉을 새로운 이사장은 앞으로 증권 업계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를 고민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몇몇 유력후보들만 정권코드에 맞춘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운영을 하겠다며 애매한 답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은 경영을 합리화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해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거래소는 새 이사장 임기 내에 민간기관이 되기를 원한다. 공공기관인 지금도 거래소 이사장 후보에 몇 명이나 지원했는지도 함구하며 불투명하다는 소리를 듣는데 민간기관이 되면 오죽할까. 거래소는 이번 이사장 후보 명단공개 논란에 대해 재고해보기를 바란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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