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097230)과 한솔아트원제지(007190)가 똑같이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도 주가는 엇갈려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3일 장중에 유증을 공시한 한진중공업은 6.01% 하락한 데 이어 5일에도 하한가까지 추락해 8,11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3일 장 마감 후 유증 계획을 밝힌 한솔아트원제지는 5일 전 거래일 대비 4.14% 상승한 1,76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유증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주가 흐름이 이처럼 상반된 이유는 유증의 목적과 방식, 그리고 각 기업이 처한 상황의 차이에 있다. 일반적으로 유증은 주주들에게 악재다. 유증을 통해 주식 수가 늘어나면 주주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 조달의 목적이 투자가 아니거나 불명확한 경우에는 더욱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한진중공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진중공업은 3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2,449억원(3,300만주) 규모의 유증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유증 이후 한진중공업의 총 발행주식 수는 47.6% 증가한 1억229만주가 된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증에 따라 한진중공업의 주당순자산가치(BPS)는 22.0%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또 "발행주식 수 증가에 따른 오버행(언제든지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잠재적인 과잉 공급 물량) 리스크를 반영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한다"고 덧붙였다.
한진중공업의 유증이 투자가 아닌 자산매각 지연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도 부정적이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증은 자산매각 지연으로 하반기 운영자금이 부족해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과도한 차입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도 "직접 자금 조달로 재무구조 개선 약정 대상에서 빨리 벗어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보유자산 매각에 대한 기대감은 약화됐다"며 "지난해에 이어 연이어 대규모 유증을 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과 달리 한솔아트원제지는 유증 발표 후 주가가 반등했다. 한솔아트원제지는 3일 289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증에 최대주주인 한솔제지(004150)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증자 후 한솔제지의 주식 수는 1,725만3,732주이며 지분율은 80.68%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의 제3자 배정 유증은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사업성 등을 감안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신속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유증은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 기회 증가로 인한 주가 상승과 신주 발행으로 인한 주주 가치 하락의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결국 유증이 주가 상승이나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 기회 증가의 영향이 큰 지 아니면 신주 발행으로 인한 주주 가치 희석의 영향이 더 큰 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