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리포트] 테러한파 월가 혹독한 겨울예고

수익 급감에 연말보너스 대폭 삭감 불가피세계 금융시장 심장부인 뉴욕 월가가 지난 9월 테러리스트의 직접 공격을 당한 이후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세계무역센터 붕괴로 5,000명에 가까운 인적 자원과 소프트웨어를 상실한데 이어 테러 후폭풍으로 증시 불안,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뉴욕 월가엔 대규모 해고가 단행되고, 연말 보너스가 대폭 삭감될 위기를 맞고 있다. 연말까진 아직 두달 남아있지만 대개의 월가 투자회사 펀드들은 오는 12월초 실적을 기준으로 보너스를 산정한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가 침체하고 있는 와중에 테러 사건이 발생, 주가가 연초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데다 인수 및 합병(M&A), 기업 상장(IPO)등이 크게 줄면서 월가의 수익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98~99년에 연간 10% 이상 수익을 늘렸던 월가 투자회사들은 올해 지난해의 절반 이하의 수익을 내고, 내년에도 영업 이익이 크게 호전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컨설팅회사인 존슨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월가 투자은행 임직원의 연봉은 지난해의 절반에 불과하고, 100만 달러 이상 고액 연봉자는 80% 이상 소득을 삭감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3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던 월가 펀드매니저는 올해 100만 달러를 받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 연봉 100만 달러이면 충분할 것같지만, 그들은 과거의 연봉에 맞춰 삶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생활 규모를 줄이는 것은 거의 죽을 맛이다. 월가의 경영진, 펀드매니저들은 정규 월급이 전체 보수의 10% 미만이고, 연말 보너스가 90% 이상의 큰 몫을 차지하는데, 올해 주식시장이 망가지면서 상당수의 매니저들이 한푼의 보너스도 받지 못하고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할 형편이다. 보너스 삭감보다 무서운 것은 해고다. 뉴욕 월가 주변에 포진한 수많은 투자회사, 펀드들은 테러 사건 후에 많은 직원을 잘라냈지만 시장 여건과 수익성을 감안하면 여전히 과잉 인력을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위스계 투자회사인 크레딧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은 내년에 올해 영업비용의 70%에 해당하는 10억 달러를 삭감하고, 전체 직원 2만7,500명중 7%를 감원하겠다고 선언, 임직원들을 벌벌 떨게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테러 직후에 400명을 잘랐지만, 아직도 2만3,000명의 직원을 고용, 뉴욕 주가가 정점이었던 99년의 1만4,000명보다 많은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테러 이후 2,000명을 줄였고, JP 모건-체이스 은행도 합병을 단행하면서 올들어 8,000명을 감원했다. 중소 뮤추얼펀드, 온라인 증권거래회사등의 영업실적은 대형 투자회사에 비해 극히 저조해 대형 투자회사들에 비해 큰 폭의 인력 정리를 단행하고 있다. 뮤추얼펀드회사인 찰스스왑은 올들어 2만6,000명의 직원중 6,000명을 줄였다. 테러 이후 뉴욕 월가를 우울하게 하는 또다른 풍경은 세계무역센터가 잿더미로 변한후 그 주변에 있던 회사들이 미드맨해튼(맨해튼 중부)이나 뉴저지 허드슨강 주변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세계무역센터에 이웃해있던 리먼브러더스는 경쟁사인 모건스탠리가 소유하고 있던 미드 맨해튼의 건물을 사서 이사를 준비하고 있고, 캐나다 제국은행, 노무라증권등 외국계 회사들도 월가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뉴욕 월가의 토박이로 꼽히는 골드만 삭스, 메릴린치, 다우존스사, 월스트리트 저널등은 현재 뉴저지주등으로 피난해 있지만, 세계무역센터 주변이 정상화되는대로 복귀하겠다고 밝혀 월가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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