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올 최악의 하투 현실화하나] 현대차-통상임금·중소업체-휴일수당 중복할증 '화약고'

현대차 노사 법정공방 속 노조 "투쟁 불사"

금속노조·민노총 일제 "내달 총파업" 예고

경기침체 등 감안 노사 상생방안 찾아야

통상임금 등 대형 이슈로 노사 간 임단협 타결률이 낮아 앞으로 노사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에 돌입하며 첫 상견례를 갖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지난 5월 기준 임단협 타결률이 1997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면서 산업계의 관심은 앞으로 전개될 하투(夏鬪)에 쏠리고 있다. 통상임금, 정년연장, 휴일근로 수당 중복할증 등 노사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처럼 저조한 임단협 타결률은 첨예한 노사대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경자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오는 7월 중순께 총파업 돌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각 사업장에서 하투를 앞두고 투쟁 수위를 높일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조합원 수만 15만명이 넘는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다.


민주노총 역시 23~28일을 '총궐기 투쟁기간'으로 선포하고 28일 전국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뒤 다음달 중 총파업을 시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지난달 17일 경남 양산센터 분회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22일째 서울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통상임금 뇌관…현대차 노조 "파업도 불사"=이처럼 노동계가 하투를 위한 예열에 들어간 가운데 현대자동차 노사도 3일 임금협상에 돌입했다. 현대차 노사는 통상임금 범위와 소급분 지급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관련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은 내년에 이뤄질 예정이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노사가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매듭을 지어야 한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을 경우 올해도 파업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2년 만에 노조 수장으로 다시 뽑힌 이경훈 지부장은 2009~2011년 무파업으로 노사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온건·실리 노선의 이 지부장이 노조를 이끌면서 올해도 무파업에 대한 산업계 안팎의 기대가 높았으나 통상임금 등의 대형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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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는 '휴일수당 중복할증'이 걸림돌=초과 근로가 많은 중소 제조업체에서는 휴일근로 수당 중복할증 문제가 노사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휴일에 근무한 근로자는 연장근로 수당 없이 휴일근로 수당만 받아간다.

하지만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경우 기업들은 휴일근로에 대해 반드시 휴일근로 수당과 연장근로 수당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기존에 통상임금의 150%(통상근로 100%+휴일수당 50%)였던 휴일 근로자의 수당은 통상임금의 200%(통상근로 100%+휴일수당 50%+연장수당 50%)로 늘어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정부의 비상식적인 행정해석 때문에 과도한 장시간 근로가 노동시장에 만연하게 된 것"이라며 "사법부 판단과 무관하게 반드시 시정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와 관련해 이와 연계한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 역시 노사 간의 입장이 극명히 엇갈리는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대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 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 제도를 도입한 국내 사업장 비율은 17%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노조 측은 이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현대차 노조는 임금협상 요구안에 '조건 없는 정년연장'안을 포함시켜놓고 있다.

◇기업상황 고려해 상생방안 찾아야=이처럼 올해 노사관계가 극심한 불안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는 연초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1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3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76.3%의 기업이 올해 노사관계가 불안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비율은 2012년과 2013년의 56.5%, 42.7%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둔화되고 있는 경제성장률이 노사충돌로 더 하락할 위험성이 큰 만큼 노사가 한 발짝씩 물러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의 모든 노사 이슈는 근로자의 생계와 기업의 명운이 동시에 걸린 문제라서 어느 한쪽의 입장만 옳다고 말하기 힘들다"며 "회사는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을, 근로자는 기업의 재정부담을 고려하면서 함께 '윈윈(win-win)'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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