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관련자 압수수색을 벌이며 불법사찰 증거인멸 수사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지난 2008년과 2009년 민간인 불법사찰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일반 기업인은 물론 재벌 총수와 정치인ㆍ금융인ㆍ언론인까지 무분별한 사찰을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검찰 수사가 확대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이날 이 전 지원관 등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관계자 4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이 전 지원관을 비롯해 자신이 의혹의 '몸통'이라고 주장한 이 전 비서관,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의 전임자인 김모씨, 그리고 장 전 주무관에게 현금 2,000만원을 전달한 노무사 이모씨의 자택이 포함됐다. 하드디스크 삭제 지시를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종석 전 행정관은 국내에 거주하고 있지 않아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고 자처한 이 전 비서관이 불법사찰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먼저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증거 인멸에 대한 책임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불법사찰에 개입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 전 비서관의 사찰개입 여부 역시 필요하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불법사찰을 지시하거나 실행하는 단계에 개입한 또 다른 인물이나 추가 사찰 피해자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 KBS본부(KBS 새노조)는 22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리셋 KBS뉴스'에서 총리실이 '하명사건 처리부'를 만들어 광범위한 사찰을 벌인 사실이 기록된 문건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사정 당국 주변에서조차 이명박 정권 초기 총리실 사찰팀이 광범위한 재계 동향 조사에 나섰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만큼 검찰의 수사 방향이 이번 사건의 시발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공직 감찰이 주요 임무인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재계와 금융계, 언론인의 동향을 조사했다는 사실이 검찰 조사 확인될 경우 사건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여러 사찰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검찰로서는 확대 수사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어 수사에 착수한다 해도 난항이 예상된다. 폭로 증언을 제외하면 녹취록이나 문서 자료와 같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검찰은 확대 수사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