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사장 후임 문제를 보면서 공기업 임원 인선을 둘러싼 뿌리깊은 병폐와 구태를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사장과 감사를 포함한 공기업 사장 자리가 정권의 전유물이라는 정치권의 그릇된 인식이다. 정권창출 기여도에 따른 논공행상 수단으로 여기니 정권말이면 으레 인물난을 겪게 돼 있다. 4년 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때도 전임 정부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표를 낸 공기업 사장이 한둘이 아니었다. 둘째는 정치권이 아닌 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기네 몫이라고 생각하는 관료들의 철밥통 발상이다. 예보 사장 자리가 싫다며 서로 떠넘기는 것도 따지고 보면 또 다른 형태의 밥그릇 싸움이다.
올해 내내 이번 예보와 같은 문제가 이어지게 돼 있다. 연말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공기업은 관광공사와 가스공사ㆍ수자원공사 등 10여곳에 이른다.
사장과 감사를 비롯한 공기업 임원은 경영능력과 자질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당연히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이런 원칙만 전제된다면 후임을 뽑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다만 이에 관한 제도적 장치가 확립돼 있지 않은 만큼 현실적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우격다짐으로 1년짜리 사장을 세울 게 아니라 기존 사장의 임기를 정권말까지 연장하거나 부사장의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가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