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무사령관 경질 파동, 약으로 삼아야

국군 기무사령관 경질 파문은 매끄럽지 못하다. 전격경질의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주지하듯이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은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사람이다. 지난 4월 기무사령관으로 발탁할 때 "국가관이 투철하고 개혁성과 추진력을 보유한 군인 중 우수자를 뽑은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 게 국방부다. 설령 임명해놓고 보니 부적격자로 드러났다고 치더라도 해임절차는 납득할 수 없다.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한 이래 37년을 군문에서 보낸 장군의 보직해임을 하루 전에 통고한다는 게 말이 되나. 직업과 직장의 이동이 자유로운 민간기업에서도 임원을 내칠 때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감정이 들어간 인사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임식도 없이 떠났다고 하지만 장 전 사령관의 처신도 매끄럽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경질이유를 스스로 밝히며 국방부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린 행위는 군인답지 않다. 아무리 까발리는 게 유행인 세상이라도 장성의 폭로는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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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투명하고 공정하며 정당해야 한다. 명예를 먹고 사는 군인집단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장 전 사령관이 지적한 인사 문제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옛 서독 육사에 유학했던 생도 출신이라면 그 자체로서 엘리트 군인이라는 증명에 다름 아니며 이전 정권에서 행정관을 지냈다는 경력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거론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인사는 그 자체의 정당함만큼이나 구성원들의 공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사가 확고하게 뿌리내리기 바란다.

차제에 기무사령관의 보고체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통령과 정보기관장의 독대가 얼마나 많은 폐해를 낳았는가. 음성적 비선 동향보고로 군의 화합을 저해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기무사로 거듭난다면 이번 파문은 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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