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 땀 한 땀 시퀸으로 빚은 환상적 미감

노상균, 6년만에 '별자리' 신작 선봬<br>"별들이 모인 거대한 우주는 마치 세포 증식한 미생물 같아"<br>거시·미시적 세계관 함께 보여줘


드넓은 우주에 수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인간의 창조력은 이 별 가운데 몇 개를 모아 별자리로 이름을 붙이고 설화 같은 이야기(storytelling)의 옷을 입혔다. 또 인간의 지혜는 주역(周易)같은 깨우침으로 12별자리 아래 사람의 기질을 분류했고 운명을 예지하고자 했다. 국제적으로 활동중인 중견작가 노상균이 1990년대 초반부터 사용해 온 시퀸(sequin)을 소재로 신작 '별자리(Constellation) 시리즈'를 선보였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배우 현빈이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수놓은" 것임을 자랑하며 입고 나왔던 트레이닝복의 장식이 바로 이 시퀸이라는 고급재료였다. 작가는 자신의 탄생별자리인 사수좌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가로세로 218cm의 캔버스 위에 지름 6mm의 별을 박았다. 그리고 그 별을 중심으로 한 동심원을 키워나갔다. 별이 빛을 발하듯 원은 서로 교섭하고 사람들이 관계를 가지듯 서로 간섭하며 영역을 넓혀갔다. 형태의 확장에 있어서 작가는 계산과 예측을 버렸고 무의식적인 반복으로 붙여나간 시퀸들은 세포를 증식한 미생물 덩어리처럼 보인다. "별자리라는 것을 통해 우주와 인간의 관련성을 찾아낸 옛날 사람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는 작가는 "거대한 우주의 별들은 수억 광년씩 서로 떨어져 있지만 별자리로 잇고 보면 미세한 크기의 단세포 동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도 우주에서 바라보면 미생물처럼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세포를 들여다본 미생물적 시선과 하늘을 바라보는 우주적 시선을 동시에 갖는 작품들은 거시적 세계관과 미시적 세계관을 함께 보여준다. 캔버스 위에 똬리를 튼 블랙홀처럼 작품들은 관람객을 한껏 빨아들였다가 큰 숨을 내쉬듯 밀어내고 또 흡입하기를 반복한다. 평면임에도 깊이감과 율동감이 일렁이는 착시현상은 빛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퀸의 매력이다. 강남에서 경복궁 서쪽 통의동으로 이전한 갤러리시몬(대표 김영빈) 개관전을 통해 노상균은 6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Conjuring Constellations' 즉 '마술을 부리는 별자리'다. 총 4개층 전시장에는 작가의 최신 작품부터 불상을 소재로 한 대표작 '경배자를 위하여(For the Worshipers)' 등 30여점이 전시된다. 노상균은 베니스 비엔날레, 세비야 비엔날레, 독일 ZKM 등에 초대됐으며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도 선정됐다. 2005년부터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전시는 18일 개막해 4월 17일까지 이어진다. 동시에 4월 8일부터는 뉴욕 브라이스 월코비치 갤러리(Bryce Wolkowitz Gallery)에서 다른 작품들로 개인전이 열린다. 한편 이전한 갤러리시몬은 조선 영조임금이 왕자시절을 보낸 창희궁터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일제 때 동양척식회사 사택으로 사용되면서 주택지가 된 곳으로 서촌(西村)의 운치와 품격을 간직하고 있다. (02)549-3031, 720-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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