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CO₂감축 혁신기술에 달렸다


지난 28일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제1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7)가 열리고 있다. 이번 총회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오는 2013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체제 문제다. 전반적인 기후변화 관련 국제 협상이 답보 상태이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입장 차가 커 이번 총회에서도 가시적인 성과 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토의정서 체결 당시 의무감축국에서 제외된 우리나라는 의무감축국 편입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기본적인 협상 전략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상반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온실가스ㆍ에너지 목표관리제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에너지 집약 산업인 철강업계에는 최근의 불황에 더해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배출권거래제는 해결책 못돼 철강산업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2.1%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중 80% 이상이 철광석과 석탄을 이용해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현 기술로는 철강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유발하는 석탄 사용이 불가피하다. 생산 증가는 곧 CO₂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더구나 한국 철강산업의 에너지 효율이 일본ㆍ미국 등 선진국보다 높아 공정상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매우 낮다. 그렇다고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거래시장을 만드는 것으로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인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오히려 산업계에서는 배출권 거래시장의 불안정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제3자 거래 허용으로 거래시장이 투기장으로 변할 것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는 경기침체로 배출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풍력ㆍ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도 줄었다고 한다. 철강업계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대해 확실한 검증도 되지 않은 배출권 거래제에 역량을 집중하기보다는 근원적인 기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CO₂-free 차세대 제철기술(수소환원제철기술)' 개발이 바로 그 해결책의 일환이다. 정부는 11월 초 철강산업에서 배출되는 CO₂를 약 30%까지 저감할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기술의 사업 타당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 CO₂ 대신 물을 배출하는 수소환원제철기술이 상용화되면 철강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CO₂ 감축 부담이 크게 줄고 13조원 이상의 편익이 예상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CO₂ 감축 여력이 적은 현 상황에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비전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과 EU에서도 유사한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국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향후 탄소 규제가 강화될 경우 수소환원제철법 등과 같은 혁신 기술을 먼저 상용화하는 국가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탄소 정책의 우선순위도 거래시장 창출보다는 CO₂ 배출량을 30%가량 줄일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기술 등 혁신 기술 개발에 둬야 할 것이다. 日ㆍEU 국가 차원서 적극 지원 무역장벽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탄소 규제에서 승자가 될 수 있는 길은 국내 배출권 시장의 형성 여부가 아니라 제품 생산과정에서 CO₂ 배출을 최대한 낮추는 기술 개발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혁신 기술 개발은 위험부담이 높고 여러 분야의 연구 성과가 시너지를 내야 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 차원에서 성과를 거두긴 어렵다.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얼마 남지 않은 이번 국회에서 수소환원제철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정부 예산이 추가돼 사업이 조속히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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