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지방선거 정상화를 위해

정성호 새정치연합 의원


지방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최초로 실시되는 사전투표일이 5월30일이니 실제로는 45일 남은 셈이다. 광역단체장부터 정당비례대표 의원까지 총 7번 투표로 3,952명의 지역일꾼을 뽑는 거사다. 지난주 여야 공통공약이던 기초공천제 폐지는 없던 일로 결론이 났다.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점 사죄드린다. 다만 대선패자들은 사과를 하는데 정작 대선승자만 묵묵부답인 점은 유감이다.

기초공천제는 민선지방자치 시행 이래 20년도 더 된 논쟁이다. 자치행정학자는 생활정치 영역을 오염시키는 정당의 특권으로 보고 정당정치학자는 책임정치 실현을 위한 정당의 의무라고 여긴다. 과거 지역시민 사회운동의 주요 의제가 호남은 균형발전, 영남은 지방분권이었다. 그래서 10년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를 두고 학계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모여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특별회계도 두고 지방이전과 사무이양도 했다.


문제는 지역정치의 현실이다. 지역을 위해 헌신 봉사해온 동네심부름꾼이 지방정치일꾼이 되고 검증된 역량과 경험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중앙정치인으로 성장하는 재생산구조는 20년간 별반 개선되지 못했다. 정당의 주요기능인 정치 사회화와 정치적 충원은 지역정치의 문 앞에 멈춰 섰고 중앙정치 또한 엘리트정당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20년 더 지나면 도래할 것인가. '암에 걸린' 지역정치를 치유하기 위해 과연 중앙당의 개혁공천으로 수술이 가능할지, 아예 공천기득권을 놓아버리는 민간요법은 어떤지, 정당정치의 이상과 지방자치의 현실 속에서 고민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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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당 간 개혁공천 경쟁이 본격화되고 지역발전 공약도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여당은 정권안정론, 야당은 정권심판론처럼 지방선거를 중앙정치 이슈로 치르고 싶은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2006년은 참여정부 중간평가라는 중앙정치 이슈로 치러졌고 2010년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정국이라는 중앙정치 바람이 휩쓸었다. 또한 정부여당은 이미 2년 전 총선 때 50대 표심잡기용으로 성공한 DTI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 완화 같은 선심성 공약들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보고 찍는 선거가 아니다. 5표는 지역일꾼의 능력에, 2표는 정당의 지역공약에 투표하는 선거다. '묻지 마' 투표의 결과는 어떤가. 당선자의 4분의1가량이 돈 공천과 부정비리로 중도낙마한다. 몇몇 기초단체를 빼고 지방세수로 공무원 봉급조차 줄 수 없는 형편인데 수십억씩 국민 혈세를 들여 4년 내내 재보궐 선거다.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주민들 시각이 냉랭할 수밖에 없다.

국민 수준이 정치수준이라는 말처럼 주민 수준이 지방수준이다. 정치혐오는 혐오의 정치를 심판할 때, 정치불신은 거짓의 정치를 단죄할 때 극복된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수 없다'고 했다. 지방선거야말로 주민의 삶을 바꿔낼 수 있는 순간이며 순간의 선택이 지역의 4년 운명을 좌우한다.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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