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사전 감지·차단→사후 통제로 '제2 알펜시아' 원천봉쇄 한다

부실 지방재정사업 제동<br>정부 재정 통제 힘들어… 인기관리 악용 많아<br>예비타당성 조사 피하려 편법 추진도 다반사<br>정부, 예외조항 손질·지방재정법등 보완 나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알펜시아리조트 전경. 방만한 예산 운용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사업들이 곳곳에서 좌초되거나 보류되고 있어 예산타당성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경제DB


지방자치단체의 곳간은 통제하기 힘든 부실창고를 연상케 한다. 중앙정부의 간섭 없이 지자체장의 인기 관리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대규모 지자체 사업에 한번 국고가 지원되면 중도하차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부실사업은 아예 시작하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유럽발 경제둔화에 대비해 나라 곳간 지키기에 온 힘을 쏟으면서 지자체의 부실 재정사업들이 다시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200억여원이라도 아끼겠다며 내년부터 영ㆍ유아에게 전면 무상으로 예방접종 혜택을 주자는 여당 간판정책까지 뿌리치는데 지자체들은 건당 수천억원 이상 소요되는 대형 사고를 펑펑 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지체의 창고에 2중 자물쇠를 채울 기세다. 부실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예비타당성조사 강화, 재정투ㆍ융자사업 심사 내실화)해 차단하고 사후 통제(지방채 관리 강화)를 통해 지자체의 빚더미 살림을 옥죌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이 중 예비타당성조사 강화를, 행정안전부는 재정투ㆍ융자사업 심사 내실화와 지방채 관리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현재도 자물쇠는 채워져 있다. 지자체의 재정사업은 사업비 규모에 따라 '국가재정법상의 예비타당성조사(국고 300억원 이상 지원시, 이하 예타조사)→지방재정법상의 타당성심사(사업비 500억원 이상 소요시)→지자체별 투ㆍ융자 심사' 등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국가재정법ㆍ지방재정법)에는 이들 관문을 피해가거나 요식적으로 할 수 있는 소지가 적지 않아 자물쇠가 제대로 기능을 하기 어려웠다. 우선 지자체가 사업 초기에는 자체 예산이나 민간투자를 유치해 독자적으로 실시하겠다고 하면 예타조사를 피해갈 수 있다. 지자체가 국고 지원을 아예 받지 않거나 300억원 미만으로 받겠다고 하면 중앙정부가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후 해당 지자체가 민간투자 유치 실패나 재정적자 등을 핑계로 사업위기론을 퍼뜨린 뒤 여론이나 지역구 의원 등을 통해 국고 지원을 압박하면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돈을 내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차원에서 건립한 알펜시아리조트의 적자 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총사업비 1조4,000억원(현물출자된 토지 제외시 약 9,000억원) 규모의 이 리조트사업을 국고 도움 없이 계획했다가 사후에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에 구조요청을 하고 있다. 정부의 한 차관급 인사는 "알펜시아리조트는 적자로 부담하는 금융이자만 하루 평균 1억원대에 달한다"며 "정부가 이를 직접 지원해주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어 민간 대기업이 이를 인수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보는데 정치적으로 민감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현재로선 평창올림픽이 성공하고 이를 통해 이곳이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나는 것을 바라는 길밖에 없다. 또 다른 자물쇠인 지방재정법상의 타당성심사나 투ㆍ융자심사는 예타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명성 확보가 어려웠다. 타당성 심사기관 선정이나 투자심사위원회 구성ㆍ운영 과정에서 지자체 단체장 및 지역구 의원 등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큰 탓이다. 따라서 재정부는 우선 예타조사를 피해갈 수 있도록 한 국가재정법의 예외조항을 손질하거나 행안부의 협조를 얻어 지방재정법을 보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행안부의 경우 지방재정법상의 투ㆍ융자심사의 대상 기준을 이미 강화한 만큼 앞으로는 해당 심사 과정의 내실화를 꾀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제2, 제3의 알펜시아리조트 사태가 발생할 소지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지역구 표심이 걸린 대규모 재정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특별법 등을 입법할 경우에는 막을 방법이 없어 이에 대한 대응책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비타당성조사란
국고 300억 이상 지원때 사업 필요성 따지는 절차 정부가 국고 지원 프로젝트를 실시하기 전에 그 필요성 여부를 미리 따져보는 절차다. 사업을 3가지 항목으로 평가해 가중합산해 점수를 낸다. 합격점은 통상적으로 0.5점 이상이다. 3가지 항목은 ▦경제성 ▦정책성(정책의 일관성 여부 등)▦지역균형발전 등이다. 조사대상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프로젝트중 국고를 300억원 이상 지원받는 건설ㆍ정보화ㆍ국가연구개발사업이다. 복지ㆍ교육ㆍ노동ㆍ문화ㆍ환경ㆍ농림해양ㆍ산업분야 등의 사업이 향후 5년간 500억원 이상 재정지원을 받을 경우에도 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 조사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총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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