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나는 가끔 주머니를 어머니로 읽는다


박남희

어머니를 뒤지니 동전 몇 개가 나온다


오래된 먼지도 나오고

시간을 측량할 수 없는 체온의 흔적과

오래 씹다가 다시 싸둔

눅눅한 껌도 나온다

어쩌다, 오래 전 구석에 처박혀 있던

어머니를 뒤지면

달도 나오고 별도 나온다

옛날이야기가 줄줄이 끌려나온다


심심할 때 어머니를 훌러덩 뒤집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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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잡동사니 사랑을 한꺼번에 다 토해낸다

뒤집힌 어머니의 안쪽이 뜯어져

저녁 햇빛에

너덜너덜 환하게 웃고 있다

주머니를 어머니로 읽으니 어머니가 이렇게 가깝구나. 바지 옆에도, 뒤에도, 셔츠에도, 양복저고리에도 꼼꼼히 파견 나와 계시는구나. 손수건도 나오고 지갑도 나오고 비상금도 나오는구나. 아무것도 없을 땐 시린 손 넣기만 해도 갑북갑북 따뜻한 온기 전해 주는구나. 뒤지면 뒤질수록 나오는 주머니는 어머니를 닮았구나. 시인은 가끔 주머니를 어머니로 읽는다지만, 우리 모두 어머니를 주머니로 읽는 경우가 더 많지는 않았는가? 이번 추석에도 슈퍼문보다 더 큰 어머니 마음을 보따리마다 바리바리 싸 들고 오지 않았는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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