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근대이후 세계사 뒤흔든 금융 명가들의 '흥망사'

세계를 움직인 돈의 힘 / 게랄트 브라운베르거·유디트 렘프케 지음, 현암사 펴냄


막대한 부와 권력을 무기로 근현대 세계사를 쥐락펴락한 금융 가문들의 흥망사를 다룬 책이 출간됐다. '금융 자본의 탄생과 몰락으로 읽는 세계사'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금력(돈)과 권력의 결탁에 초점을 맞춰 근대 이후 세계사를 뒤흔든 21개 금융 명가들의 일대기를 다룬다. '왕조'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위세와 몇 세대를 거치면서 생명력을 이어가는 지속성을 무기로 현실 권력과 공생해 막강한 경제ㆍ정치적 권력을 행사한 금융 명가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15세기 이후 근현대 세계사에서 교황과 황제들의 득세와 몰락, 전쟁 또는 평화, 자본의 발흥과 제국주의 확장 등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권력을 누렸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말 그대로 왕조에 가까웠다. 교황을 배출할 정도로 엄청난 부와 권력욕, 숱한 음모, 예술가들의 후원자 이미지는 오늘날에도 전설적이다. 메디치 가문은 미켈란젤로와 보티첼리를 후원했고 그들이 수집한 그림은 우피치 미술관을 만드는 근간이 됐다. 그러나 권력욕은 메디치 가를 몰락시키는 족쇄로 전락했으며 그들의 은행은 100년도 이어지지 못했다. 영국이 수에즈 운하를 사들일 때 자금을 마련해 준 로트실트(로스차일드) 가문은 19세기에 영국ㆍ프랑스ㆍ프로이센ㆍ오스트리아ㆍ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강력한 세력으로 여겨졌을 정도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금융 왕조는 가문의 부와 영향력을 현대에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19세기에 주식은행이 부상하면서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몰락하고 만다. 권력에 기댄 금력은 권력의 움직임에 따라 수명이 결정되는데 절대적인 힘을 행사하던 전제군주 시대가 가고 아이디어와 정보가 부상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전략과 음모, 예술 후원과 축적, 경쟁과 탐욕, 새로운 사업 모델과 변신 등으로 흥성과 쇠망을 거듭한 세계 최고 금융 가문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금융 자본주의의 뿌리와 변모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1만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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