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일본의 TV 판매량은 지난 2013년에 비해 각각 240만대, 321만대나 줄었다. 반면 한국은 전년보다 467만대나 많이 팔아 3개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매출 면에서도 한국 업체들은 2013년에 비해 15억6,040만달러가 늘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TV 시장 점유율(판매 대수 기준)도 2013년 36.2%에서 지난해 37.1%로 소폭 상승했다. 양적인 측면, 즉 겉만 보면 삼성과 LG를 필두로 한국의 TV 산업은 분명 신바람을 내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올해 1·4분기에 TV 부문이 포함된 사업 부사가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겉은 화려한데 속은 텅 빈 '외화내빈'의 형국에 놓인 셈이다.
한국의 TV 산업이 고비를 맞고 있다. 매출·금액 등을 기준으로 한 점유율은 오르는데 실제 영업이익은 고꾸라지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부문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환율 불안과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 업체들의 급부상, 글로벌 수요 감소 전망 등이 삼성과 LG의 발목을 잡고 있는 '3대(大) 악재'로 분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3중고의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이익률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 비중의 확대 등 짭짤한 수익을 담보하는 사업 구조 혁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점유율은 오르는데…삼성·LG 큰 폭의 적자=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들어 연일 임원 회의를 소집해 TV 사업의 영업이익 확대를 도모할 수 있는 마케팅 강화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역시 권봉석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부사장)을 중심으로 관련 부문의 위기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처럼 국내를 대표하는 정보기술(IT) 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사업 부서에 비상이 걸린 것은 올 1·4분기 실적 발표에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전자의 CE 부문은 올 1·4분기에 8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예상이 들어맞을 경우 TV가 핵심인 삼성의 CE 부문이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2010년 4·4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17억원으로 전 분기(1,342억원) 대비 무려 98.7%나 쪼그라든 LG전자 역시 올 1·4분기에는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환율·중국 업체 부상·수요 감소 등 '3중고' 직면=삼성과 LG의 TV 사업이 이처럼 중대 고비를 맞고 있는 첫 번째 요인으로는 환율 불안이 지목된다. 지난해 4·4분기에 루블화 폭락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소니 등의 일본 업체는 '엔저 장기화'라는 우산 아래 매출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 요인을 상당 부분 상쇄시키고 있다.
중저가 라인업을 기반으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도 위협 요소다. 삼성과 LG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1·2위를 독식하고 있지만 정작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하이얼·하이센스·TCL 등의 현지 업체에 선두권을 내준 상황이다.
이와 함께 전반적으로 우울한 세계 수요 전망 역시 국내 기업들을 코너로 몰아넣는 악재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는 TV 수요가 지난해 대비 4.3%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수치는 오는 2016년 2.09%, 2017년 1.23%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고수익을 담보하는 '하이엔드' 라인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과 LG도 이를 알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커브드 제품을 기반으로 대형 프리미엄 시장을 상당 부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LG전자는 사활을 걸고 집중하고 있는 올레드 TV의 고객층 확보가 시급하다.
지목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신흥시장의 환율 약세 등으로 TV 부문의 수익성은 점점 나빠질 것"이라며 "삼성의 SUHD TV, LG의 올레드 TV 등 이익률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의 시장 안착 여부가 위기 돌파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