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이 확정되면서 조만간 지주와 국민은행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 조직구도가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에 의해 짜인 것이니 만큼 1년여 만에 KB 조직이 다시 수술대에 오르는 셈이다.
최대 관심은 지주사에 사장직제가 부활할지와 함께 이 전 행장이 취임 이후 설계한 국민은행의 본부장 중심제 조직이 다시 부행장 중심 구도로 바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윤종규 회장이 재직했던 통합국민은행 시절부터 꾸준히 부행장 중심 구도로 유지되다가 이 전 행장 취임 이후 조직이 확 바뀌었다.
23일 KB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현재 총 11부 1실 1연구소 1국으로 구성돼 있다. 핵심조직인 11부는 6명의 임원이 이끈다. 부사장은 4개 부를 이끄는 윤웅원 최고재무책임자(CFO)와 2개 부를 이끄는 홍보담당최고책임자(CPRO)인데 김용수 전 부사장 퇴임 이후 CPRO는 현재 공석으로 남아 있다.
총 임원 수는 연구소장 등을 포함해 9명이며 직원 수는 160여명가량이다.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지주사 조직이 다소 비대한 편이기 때문에 윤 회장이 조직 슬림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더불어 지주사의 사장직제가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임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장직제를 폐지했다.
하지만 실상은 이사회 내 상임이사를 1명으로 축소하면서 그룹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주 회장의 독주 구도를 만들었다. 이는 'KB 사태'를 일으킨 근본적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은행장도 이사회에 참여시키지 않고 회장과 행장 간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사장을 없애면서 지주와 국민은행 간의 소통에 장벽이 생긴 것이다.
윤 회장이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지주사 사장을 다시 부활시켜 이사회 안에서 상임이사를 늘리고 은행이나 다른 계열사와의 소통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현재의 본부장 중심제 조직을 계속해서 유지할지가 임원급들의 최대 관심이다.
국민은행은 이 전 행장 취임 이후 조직을 대폭 슬림화했다. 기존에 10그룹 15본부 61부 1실이었던 조직은 현재 17본부 58부 2실로 축소돼 있다. 임원 수도 25명에서 17명으로 줄었다.
기존에는 부행장 10명이 각 그룹을 맡고 15개 본부에 임원들이 포진한 구도였다. 본부장 위에 부행장이라는 의사결정 구도가 한 단계 더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 전 행장이 비대한 국민은행 조직의 슬림화를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본부장 중심의 은행 조직 구도에 대해 은행 내부에서는 반응이 다소 엇갈리는 상태다. 의사결정 과정이 빨라지고 본부장이 책임경영을 하는 장점이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본부장에게 과도하게 업무가 집중되면서 임원급들의 외부 네트워크 역량 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회장이 총 2만여명의 방대한 국민은행 인력 조정을 어떻게 할지도 매우 민감한 문제로 남아 있다. 국민은행은 평직원의 경우 L0에서 L4까지 5단계로 인력이 구분된다. 지난 8월 말 기준 L0(초대졸)가 4,107명, L1(계장·대리급) 4,185명, L2(과·차장급) 6,205명, L3(부지점장·팀장급) 4,863명, L4(고참 지점장급) 544명이다. 인력 적체로 L2급 인력으로의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