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본 대지진] 생필품 사려 곳곳 긴 행렬… 컵라면 등 사재기도 나타나

■지금 도쿄는…<br>주유소 앞에는 꼬리에 꼬리문 차량<br>생수·건전지등 일부 품목 아예 동나<br>전철운행 중단에 자전거 수요 급증<br>정부 "사재기 자제 해달라" 당부도

15일 낮 도쿄 미노토(港)구의 한 주유소에 승용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 곳곳의 주유소가 '재고 부족으로 임시 휴업'이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문을 닫은 와중에 이곳은 일본의 승용차 운전자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지만 언제까지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정신 없이 고객을 응대하고 있는 주유소 사장에게 물으니 "유조차(탱크로리)가 평소의 20% 정도밖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지금 비축분으로는 1~2시간 정도 후면 동이 날 것 같다"고 당혹스러워했다. 긴 행렬에서 주유를 위해 대기 중인 한 여성은 "주유소 몇 군데를 돌아왔는데 모두 영업을 안 하더라"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짓는다. 오랜 기다림과 불안감에 지친 표정으로 하염없이 운전석에서 기다리는 시민들은 지난 11일 느닷없이 일본열도를 뒤흔든 대지진과 쓰나미의 간접적인 피해로 달라져버린 일상 생활에 적잖이 상처를 받은 모습이다. 그래도 클랙슨을 울려대거나 불만을 터뜨리는 일 없이 차분히 대기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다져진 '질서의식'이 엿보인다. 같은 날 아침, 도쿄의 대표적인 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秋枼原)에 위치한 대형 가전양판점인 요도바시카메라에는 9시30분 개점을 앞두고 줄잡아 100명은 되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개점시간이 돼서 문이 열리자 이들은 1층의 건전지 판매대를 향해 일제히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손전등이나 휴대용 라디오 등에 쓰는 건전지를 사두려는 소비자들이다. 순식간에 매진돼 텅 빈 건전지 판매대 앞에서 아쉬운 듯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도 여럿이다. 동북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 발생 후 닷새째로 접어들면서 일본에서 '사재기' 현상이 일본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진 초기에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눈에 띄지 않던 현상이지만 물류망 파손의 여파로 일부 품목의 품귀현상이 빚어졌다는 언론 보도와 잇단 원전 폭발 사태에 따른 불안감, 거기에 14일부터 시작된 계획정전(제한송전)으로 일상 생활의 불편이 피부로 와닿기 시작하자 휘발유와 경유 등은 물론 생수ㆍ컵라면ㆍ건전지ㆍ빵ㆍ통조림 등을 비축해두려는 사재기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급기야 정부까지 사재기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렌호(蓮舫) 소비자담당상은 이날 "생활 물자는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확보돼 있다"며 "일부 지역의 사재기로 피해지역까지 물품이 돌아가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 정말로 필요한 물건만 구입해달라"고 당부했다. 전철 운행이 중단되고 휘발유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자전거 수요도 급증했다. 한 자전거 판매업체는 "도쿄 내 대다수 대리점에서 한시적으로 재고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 도심 곳곳에 위치한 편의점에서는 삼각김밥이나 도시락 등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세븐일레븐재팬은 "지잔 발생 초기에 비하면 상품 공급은 회복되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수요 증폭이 품귀 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13~14일 대형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수도권점포에서 주요 품목의 발주량은 생수가 평소의 10배, 우유가 1.5배로 급등했으며 매출 기준으로도 닭고기가 평소의 9배, 통조림은 3배, 자전거가 3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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