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의 재무 상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됐으나 건설업종은 이자 갚기도 버거울 정도로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율의 영향으로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양극화도 심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0년 기업경영분석(속보)'을 보면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 1,517곳(상장기업 1,398곳, 비상장 대기업 119곳)의 매출은 전년 대비 16.9%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세계경제가 위축된 지난 2009년 0.1% 감소한 후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이 6.7%로 전년보다 1.2%포인트 높아졌고 2008년과 2009년 적자를 기록했던 영업외수지도 흑자로 돌아섰다. 금융비용 부담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도 350.7%에서 504.1%로 크게 향상됐다.
재무안정성도 다소 나아졌다. 부채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이 95.2%로 3년 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으며 유동비율(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도 115.7%에서 116.5%로 올라갔다. 다만 부채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의 비중이 1.5%포인트 축소된 반면 500%를 초과하는 기업의 비중은 0.7%포인트 늘어 기업 간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의 재무 상태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매출액증가율이 3.6%로 전년의 8.3%보다 하락했고 총자산증가율도 6.5%로 전년의 10.5%보다 떨어졌다.
특히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수입으로 단기차입금을 얼마나 부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은 22.4%에서 5.8%로 4분의1 토막이 났다. 또 이자부담 능력을 보여주는 현금흐름이자보상비율도 182.1%에서 49.9%로 뚝 떨어졌다. 건설사업을 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의 절반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건설업의 경우 영업활동으로 오히려 현금이 순유출되면서 은행차입ㆍ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 양극화도 심화됐다. 지난해 수출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4%에서 7.6%로 크게 상승한 반면 내수기업은 5.7%에서 5.6%로 오히려 떨어졌다. 부채비율 역시 수출기업은 111.6%에서 96%로 큰 폭으로 떨어졌으나 내수기업은 94.5%로 전년(94.7%)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수출기업의 대부분이 대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재무 상황이 중소기업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환율이 고공행진을 한 것도 수출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