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기는 가라앉는데 부담만 커지는 구조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은 2.3% 증가하는데 그쳤다. 2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력 업종인 휴대전화ㆍ반도체ㆍ승용차 등의 생산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소비도 2.7% 증가에 그쳤다. 5개월 만에 최저기록이다. 설비투자는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2.1%에 머물렀다. 생산과 소비가 부진하니 설비투자가 살아날 리 없다. 지난 한해 서비스수지는 188억달러 적자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51억달러가 늘어난 수치다. 해외여행과 유학ㆍ연수 등 여행수지적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엊그제 공식 집계해 발표한 우리 경제의 성적표다. 모두 다 성장동력의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는 징후들만 보인다. “경제는 괜찮은데 민생이 문제다”는 정부의 생각과 달리 지표경기로 나타나듯이 우리 경제는 날로 자꾸 주저앉고 있다. 정부가 걱정하는 민생은 더욱 고달프다. 엊그제 발표된 것들만 한번 보자. 다음달부터 자동차보험료는 회사별로 4.8~7.5% 오른다고 한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4월, 9월 두 차례나 보험료를 인상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 장기무사고보험가입자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식으로 보험료를 올렸다. 은행 대출금리는 3년 만에 최고수준으로 뛰었다. 집값을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올리고 총액한도대출을 축소하는 등 유동성을 억제한 탓이다. 앞으로도 그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건설교통부는 단독주택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기준이 되는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평균 6.02%나 올랐다. 보험료에 이자에 세금까지 가계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대학들은 새 학기부터 등록금을 크게 올린다는 방침이다.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씀씀이를 줄일 수 없는 것들이다. 서민들로서는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인상폭과 인상률이 소득증가는 물론 소비자물가상승률(지난해 2.2%)을 크게 웃돌고 있다. 경기는 가라앉고 서민부담은 늘어나는 경제현실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1년반 만에 이뤄지는 여야 영수회담에 대한 기대가 크다.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무엇보다 경제회생과 민생고해결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만큼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