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프로이트 삶·이론 날카롭게 파헤쳐

■ 우상의 추락/ 미셸 옹프레 지음, 글항아리 펴냄


*책표지외 시각물 전혀 없음.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정복자에 빗대 비판적으로 분석한 평전이 나왔다.


이 같은 시도에 칼을 들이 댄 이는 아감벤, 바디우, 지젝 등과 함께 ‘우리 시대의 가장 위험한 사상가’로 거론되는 미셸 옹프레다. ‘반(反)철학사’를 집필하는 등 방대한 지적 영토를 종횡으로 넘나드는 사유의 모험가인 옹프레는 지난 2010년 이 책을 출간해 사회적 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프로이트를 단죄의 무대 위로 올려놓았다.

인간 이해에 대한 인식적 차원을 대폭 확장시킨 프로이트의 이론은 니체, 마르크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모던과 포스터모던 시대를 풍미했다.


그러나 저자는 “정신분석학은 니체를 비롯한 선학들의 철학적 전통을 등에 업는 동시에 그 흔적을 체계적으로 지우고, 각종 조작된 실험결과를 통해 과학의 영역으로 밀고 들어온 권력 화신의 날조물”이라고 주장한다. 옹프레는 프로이트의 전기적 삶을 매우 세밀하게 복원하면서 동시에 프로이트의 방대한 이론적 궤적을 징검다리 밟듯 하나하나 해부하는 방식으로 잘 꿰매진 정신병리적 퀼트를 원래의 실뭉치로 돌려놓는다. 그 과정을 따라가는 독자는 프로이트라는 냉혹하고 잔인하며 트라우마로 가득한 자기중심적인 인간 자체에 대해 놀랄 수밖에 없다. 또 20세기 내내 지적인 사유의 수원지 역할을 했던 그 수많은 통찰이 어떻게 이러한 날조와 과장, 가로채기와 인멸의 과정 속에서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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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 출신인 저자 미셸 옹프레는 “프랑스 교육부가 프로이트를 철학계의 귀중한 자산으로 여긴 덕분에 나는 학교에서 프로이트의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었다”말한다.

“프로이트의 책을 읽으면 선택의 여지없이 프로이트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그는 청소년기엔 열렬한 프로이트주의자였다.

하지만 경계심을 갖게 된 옹프레는 프랑스 대학출판부에서 나온 프로이트 전집을 구입해 연대기별로 차례차례 읽었다. 그러다 보니 프로이트가 집필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주고받은 주요 서신을 본격적으로 분석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프로이트가 자신의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읽은 유용한 참고문헌도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한 개인이자 가족의 구성원이며 그 시대를 산 역사적인 인물로서 프로이트라는 사람을 조명함으로써 그의 이론에 담긴 맥락상의 의미가 더 잘 이해됐다.

마침내 프로이트의 민낯을 보게 된 저자는 “프로이트학파 사람들에게 프로이트와 정면으로 맞닥뜨릴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옹프레는 프로이트가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으며 그 의도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프로이트의 실체를 알려주는 안경을 쓰고 그를 바라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들이대는 근거가 구체적일지라도 일반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프로이트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프로이트는 우리가 간과했던 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을 가질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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