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후변화의 경제학] 2부. 선진탄소경제로 가는 길

배출량 할당기준 느슨… 가격 폭락 불러



[기후변화의 경제학] 2부. 선진탄소경제로 가는 길 배출량 할당기준 느슨… 가격 폭락 불러 이종배기자 ljb@sed.co.kr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emission trading)는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장ㆍ기업활동의 조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솔로몬의 지혜’와도 같은 최고의 솔루션이었다. 사회 전체적으로 온실가스 강제 감축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면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강제하기로 한 교토의정서 체결이후 지난 2005년 1월부터 유럽 이산화탄소 거래시장(European Carbon Exchange)을 열었다. 교토의정서에 의한 온실가스 강제 감축은 올해부터 시작되지만 이에 대비하고자 유럽 국가들은 2005년부터 자체적으로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했다. 각 국가가 다시 이를 1만2,000여개 기업별로 할당, 강제 할당에 기초한 배출권 거래인 캡 앤 트레이드(Cap&Trade)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배출권 거래를 시작해보니 이론과 달리 다양한 문제들이 드러났다. 역사상 처음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열린 첫해인 2005년은 순탄했다. 배출권 가격은 톤당 20유로대를 유지하면서 상승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탄소배출권 가격은 매우 중요하다. 배출권 가격이 일정 금액 이상을 유지해야 이를 통해 돈을 벌고자 기업과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감축에 적극 나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 5월, 상황은 급반전됐다. 톤당 30유로 가까이 올라갔던 배출권 가격이 하루아침에 10유로로 3분의1 토막이 난 것. ◇배출권 가격 폭락사태=왜 그랬을까. EU는 배출권 시장을 가동하면서 각 국가별로 이산화탄소 감축 실적을 매년 1회, 즉 실적이 나온 다음해 4월 말까지 보고하도록 했다. 국가별로 배출량 할당치를 초과했는지, 달성했는지, 달성했으면 어느 정도의 배출권이 나올 것인지를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2006년 4월까지 EU 배출권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체적 실적은 모른 채 배출권을 거래했다. 그 결과 배출권 가격도 20유로대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2006년 4월부터 그 이전 해의 감축실적이 발표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첫번째가 프랑스. 2006년 4월26일 프랑스는 목표보다 더 많이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 할당량 대비 11.6%의 초과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뿐만이 아니다. 독일ㆍ핀란드ㆍ폴란드ㆍ헝가리 등 EU 배출권 시장(EU ETS)에 참여, 실적을 내놓은 22개 국가 중 무려 16곳이 목표 초과 달성을 선언했다. 탄소배출권의 초과 공급이다. 초과 달성에 따라 배출권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 뻔하고 시장은 이에 즉각 배출권 가격 폭락으로 반응했다. 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배출량 할당을 처음 하다 보니 각국별로 할당량을 너무 느슨하게 준 것이다. 그 결과 2005년 감축 실적에 있어 폴란드 3,500만톤, 독일 2,500만톤, 프랑스 1,900만톤, 체코 1,400만톤 등이 초과 달성분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같은 사태는 ‘솔로몬의 지혜’와도 같은 ‘캡 앤 트레이드 배출권 거래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배출량 할당을 너무 강하게 하면 기업들이 죽는 소리를 낸다. 온실가스 감축 때문에 경제와 산업을 망치게 한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반면 배출권 할당을 느슨하게 하면 시장이 죽는다. 배출권 시장에서 2006년 EU 사태와 같이 배출권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기 때문이다. 교토의정서상의 국별 배출량 자체가 잘못 배정됐다는 지적도 많다. 교토의정서 타결을 위해 정치적으로 할당량이 결정되다 보니 어느 국가에는 지나치게 관대한 반면 어느 국가에는 지나치게 엄격하게 할당량이 부과됐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교훈에 따라 EU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교토의정서상의 1차 의무감축 기간 중 국별 할당량을 더욱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 대신 할당량 초과, 즉 목표달성 실패시 내는 벌금도 2008년 이전의 톤당 40유로에서 100유로로 올렸다.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 비용이 들더라도 스스로 온실가스를 줄이든지, 아니면 시장에서 돈을 주고 배출권을 사라는 ‘확실한 신호’인 셈이다. 감축분의 배출권 인정분도 2008년 이전 95%에서 90%로 낮췄다. 엄격한 배출량 관리 대신 배출권 시장을 확실하게 살려 EU가 전세계 배출권 시장을 주도하면서 기후변화로 떠오르는 새로운 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경기침체로 인한 자연적인 배출권 발생(Hot Air) 인정 문제=EU의 배출권 시장 운영 경험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터졌다. 바로 ‘뜨거운 공기’ 핫 에어다. 여기 두 나라가 있다. A국가는 건실하게 경제성장을 해나가는 국가다. 배출권을 할당받은 A국은 정부와 기업ㆍ국민들이 비용을 들이면서 열심히 노력해 목표보다 1,000만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했다. 1,000만톤의 배출권이 생긴 셈이다. B국은 경제가 엉망이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기업의 가동률도 줄어 자연스럽게 이산화탄소 배출권 1,000만톤이 생겼다. 만약 시장에서 A국과 B국의 배출권이 동일 가격으로 거래된다면 A국은 얼마나 억울할까. 이론적으로 경제가 최악의 상태이면 배출권은 최대로 배출된다. 실제 유럽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2005년 이후 동구권 국가들은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그러다 보니 공장 가동률도 줄고 에너지 사용도 줄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이 감소했다. 독일이 비슷한 경우다. 동독과 통일된 뒤 동독 경제의 침체로 독일 전체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증가가 크게 둔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교토의정서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등의 국가들은 EU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실제 EU 선진국들의 노력보다 폴란드ㆍ체코 등 동구권 국가들의 경기침체 때문에 발생한 감축분이 크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발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이 문제가 대두됐다. 핫 에어를 배출권으로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다. 만약 핫 에어를 배출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별 배출량 할당에 있어 지나치게 관대하게 받았다고 지적되고 있는 국가의 배출권 역시 인정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금까지 핫 에어가 배출권 시장에 나온 사례는 아직 없다. 그러나 잠재적인 시장 위협요인이라는 데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핫에어(Hot Air)=러시아나 동유럽 국가들처럼 별다른 감축 노력 없이 얻어낸 배출권을 뜻하는 말이다. 이들 국가는 지난 1990년대를 지나는 동안 자체 화력발전소 폐기 등 산업 기반이 황폐화되면서 저절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초과 달성해 교토체제에서 '불로소득'을 누리고 있다. 협찬:한국전력공사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입력시간 : 2008/01/0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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