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정치를 사소한 인간관계 문제로 풀어보려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정치, 경제 ,사회,경영, 인생 문제는 결국은 인간관계 문제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아예 처음부터 싫은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세상사는 아니다. 싫은 사람이라도 너무 티를 내며 말하면 인간관계만 나빠진다. 특히 상대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싫어한다는 표현을 노골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다. 만일 지위가 높은 사람은 아니라도 다수의 국민이라면 더욱 싫어한다는 표현을 노골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정부와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국민들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국민들은 촛불 집회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난하며 신문에 광고하는 기업의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한 편 ‘조중동 살리기 운동본부’도 해외에 생겨났다. 해외 사이트인 이곳에는 “우리는 조중동을 살리기 위해, 조중동 광고기업을 칭찬하고 싶다”며 광고기업 명단을 올려 달라는 글을 올려놨다.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모두가 적이라는 것은 흑백 논리다. 세상에는 완전히 검은 것도, 온전히 하얀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흑백 논리에 똑같이 맞서는 것도 지혜로운 처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상의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 불매 게시 글 일부에 대해 삭제 결정을 내렸다. 무리한 결정이라는 여러 법률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이 다시 일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노조는 방통심의위의 결정에 대해 "국민이 곧 네티즌이요, 시청자이며 네티즌의 의견이 국민의 의견임을 무시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민주당 언론장악음모저지본부 소속 국회의원들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명박 정권의 '공연윤리위원회'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번 심의 결과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며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정보인권단체들은 위헌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정치인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는 누구나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나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누군가 나를 비난하고 질책하고 나와 생각이 다르면 그 사람은 무조건 싫어하게 된다. 살아가려면 나에게 힘을 실어주는 내 편도 중요하지만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안티도 소중한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 자동차를 타고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는 것은 연료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뜻과 의중을 파악하여 함께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는 참모도 소중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주장하는 사람도 존중해야 한다. J. S. 밀(Mill)은 "단 한 사람이 전 인류와 다른 의견을 가진다고 할지라도 그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 한 사람이 절대 권력을 장악했을 때 전 인류를 침묵하게 하는 것이 정당하지 못한 것과 같이 인류가 그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도 정당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먹을 것 가지고 싸울 만큼 가난한 나라는 아니다. 음식 가운데 하나인 미국산 쇠고기로 시작된 작은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여론에 대한 경청의 소홀로 인해서일까? 아니면 촛불 집회에 참가하는 국민들이 세상만사를 흑백논리로만 생각해서 일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서로 진지하게 들어주면 좋겠다. 한국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소장 오익재 (kclab@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