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6월 10일] 전선야곡(前線夜曲)

요즘 신세대가 알기 어려운 노래 중에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으로 시작하는 '전선야곡(前線夜曲)'이라는 것이 있다. 60년 전 이 땅의 자유ㆍ평화를 위해 한몸을 불살랐던 우리 선배세대가 겪었던 고초가 가사에 담긴 노래다. 세월이 흐르면서 북한의 이미지, 그리고 통일의 필요성 등에 대해 세대별로 과거와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됐지만 그 절절한 느낌만은 여전하다. 전후세대의 한사람으로서 갑자기 이 노래가 떠오른 것은 풍전등화와 같은 조국의 운명 앞에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을 던져야만 했던 선배들에 비해 과연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누군들 하나뿐인 목숨이 아깝지 않으랴마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사선을 지켜야 했던 선배들만큼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날 선진국 수준의 국격을 갖기까지 많은 이들이 자신을 희생해왔다. 특히 지난 1970~19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기업인이나 근로자들 모두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면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밑거름 역할을 한 것은 앞서 나라를 지킨 선배들에 대한 의무감과 이 땅에 대한 사명감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들의 땀방울로 우리나라는 지난 50여년간 국내총생산(GDP)이 640배 증가했고 성숙한 민주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게다가 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다가 해외원조를 하게 된 유일한 사례로 거론될 정도가 됐으니 선배들의 장한 후배로 손색이 없다. 그리고 2010년 6월이다. 얼마 전 46명의 안타까운 젊은 넋들을 앗아간 천안함의 침몰원인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두동강 난 천안함과 흉물스러운 어뢰의 잔해를 보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없어도 되는 많은 것을 얻었지만 정작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걸 잃지는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분명 세상은 과거보다 넉넉해졌고 물질적 풍요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누리게 해줬지만 전선이나 산업 일선을 지켰던 선배들의 치열함은 오히려 옅어진 느낌이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의무는 슬그머니 외면하는 세태를 보면서 전선야곡 속 선배들이 우리에게 맡기고 떠난 이 나라를 위해 과연 우리가 그들처럼 치열하게 최선을 다하는가 돌이켜본다. 새삼 옷매무새를 여미게 하는 호국의 달, 특히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인 2010년 6월에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도 뭔가 허전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후배에게 떠오른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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