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흔들리는 한국의 캐시카우](4부-1) 거세지는 M&A 열풍

세계적 철강 공룡들 포스코 '호시탐탐'




#1. 자동차 강판을 중심으로 아르셀로미탈과 기술제휴 및 공동투자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신일본제철이 미탈 측과 지분제휴를 약속하고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지분을 미탈에 넘긴다. #2. 신일본제철이 스미토모ㆍ고베 등 2개사를 합병시키는 동시에 포스코에 4사 합병을 요청한 뒤 거절당하자 전격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발표한다. #3. 중국 정부가 아르셀로미탈에 맞서기 위해 철강사의 대형화를 주도, 바오산스틸을 중심으로 안벤강철과 산동강철을 합병한 뒤 포스코 인수에 나선다. 국내 철강업계의 맏형격인 포스코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를 다각도로 가늠해본 가상 시나리오다. 현실화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1%의 가능성이라도 상존하는 한 언제든지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벌어질 수 있다. 전세계 철강업계는 지난해 ‘철강공룡’ 아르셀로미탈의 탄생 이후 적대적 M&A의 위협 속에서 각종 경우의 수를 헤아리며 대책을 마련하기에 분주하다. ◇광산 확보와 고급재 확대=치열한 M&A 경쟁은 어떻게 진행될까. 시장 전문가들은 M&A를 통한 대형화의 궁극적 목표는 원료 확보와 고급재에 대한 비중 확대 등에 맞춰져 있다고 분석한다. 원료와 고급재를 충분히 확보해 부가가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업계의 지각변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철강생산의 확대에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은 원료 확보. 철광석시장은 상위 광산업체 3사(브라질 CVRD, 호주ㆍ영국계 BHP빌리톤과 리오틴토)가 시장점유율 74%를 차지하고 있다. 원료가격 협상력에서 밀리는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은 광산을 가진 철광사 인수나 광산 지분 확보에 애를 쓰고 있다. 실제로 아르셀로는 미탈에 인수되기 직전 철광석 광산을 갖고 있던 캐나다의 도파스코를 인수했으며 신일철도 최근 광산을 보유한 브라질 철강사 우시미나스의 지분을 늘렸다. 포스코는 물론 신일본제철과 중국 철강회사가 광산을 보유한 철강사들과 경쟁적으로 제휴를 맺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품의 고급강 비중 확대는 이익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저급재 위주의 철강을 생산함으로써 순간순간 매겨지는 시장가격에 따라 이익이 연동되던 미탈은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아르셀로를 합병했다. 아르셀로는 고급재 비중이 높아 50%의 고정고객 비율을 자랑하던 철강사였다. 타타스틸과 코러스의 통합에서도 세계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가진 타타스틸이 코러스의 자동차강판 제조기술을 제공받아 회사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또 고비용 생산구조를 가졌던 코러스의 입장에서도 철강 재료 및 저가의 노동력을 제공받아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타타와의 합병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경중 삼성증권 철강금속담당 애널리스트는 “생산규모 확대 차원의 철강업계 M&A는 광산 확보와 고급재 비중 확대 등으로 무게중심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M&A 주도세력 다원화=조강생산량 2억톤(지난해 말 1억1,800만톤)을 바라보는 거대공룡 아르셀로미탈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부르짖는다. 이에 2~5위의 아시아권 철강사는 미탈의 포식 대상에 들지 않기 위해 M&A 시도와 생산량 확대 등 몸집 불리기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일머니ㆍ외환 등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한 국가도 철강업계의 새로운 주도 세력으로 등장하기 위해 M&A에 뛰어들 전망이다. 세계 M&A시장의 공룡으로 꼽히는 중국은 1조달러를 돌파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해외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ㆍ브라질ㆍ러시아 등도 원료 우위를 내세워 새로운 주도 세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자국으로 환류된 앤 캐리 자금과 풍부한 캐시플로 등을 활용해 아시아 맹주자리를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방어적이던 철강사들도 공격적인 M&A로 전략을 수정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M&A에 다소 미온적이었던 포스코가 연초부터 적대적 M&A에 대한 우려를 부각시키면서 직접 M&A에 나서겠다고 밝혀 세계 철강업계의 통합화 전망을 뒷받침했다. 탁승문 포스리 철강연구센터장은 “앞으로 원료회사가 철강사를 인수하는 새로운 형태의 M&A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철강사간 M&A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인수비용 과다에 따른 M&A 리스크 경계론도 제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 철강업계의 대형화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에 대한 M&A 가능성 또한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지분이 잘 분산된데다 주가 또한 저평가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파이넥스공법 등 높은 기술력과 인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1,2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도 공룡들의 군침을 돌게 한다. 거세지는 철강업계 M&A 열풍 속에서 한국이 세계 철강공룡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때다. 원료 확보戰도 갈수록 뜨겁다 자원 민족주의 확산등 영향…직접개발·제휴 앞다퉈 추진 '원료확보 전쟁에 불이 붙었다.'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철강업체의 경쟁이 해를 거듭할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철광석 광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철강사를 인수합병(M&A) 리스트의 우선순위에 올려두거나 대규모 원료공급사과 전략적 제휴를 앞다퉈 추진하는 양상이다. 글로벌 차원의 수직적 통합 전략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미탈은 아르셀로를 인수하기 직전까지도 우크라이나의 광산을 보유한 철강사를 인수(2005년 말)했으며 아프리카 철광석 개발에 참여했다. 일본 철강업체도 해외 원료개발에 따른 수입 비중을 50%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철광석과 원료탄 투자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바오산스틸 또한 철광석에서는 CVRDㆍ리오틴토 등 메이저사와 해외 광산 공동개발을, 원료탄에서는 자국 내 원료사와 합작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철강사인 포스코 역시 지난해 12월 신일본제철과 철광석 조달에 공동보조를 맞추자는 내용의 글로벌 제휴를 맺었다. 포스코는 현재 호주에서 4개 석탄 광산과 2개 철광석 광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브라질과 캐나다에도 광산에 투자한 상황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국제강도 CVRD와 합작해 브라질에 연산 150만톤 규모의 고로를 지어 현지에서 원료를 조달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일관제철소 착공을 앞두고 일찌감치 호주 BHP빌리턴과 리오틴토, 브라질 CVRD, 캐나다 EVCC 등 세계 주요 원료업체들과 원료조달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원료확보 경쟁은 세계적으로 강대국의 에너지 패권주의나 자원보유국들의 민족주의가 확산되면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철강원료를 보유한 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원료 수출을 억제하거나 전면적인 수출금지까지도 고려하고 있을 정도이니 철강사들의 움직임이 바쁘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전문가들은 철강사간 원료확보 전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지난해 9월 '자원민족주의 재확산에 따른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자원보유국들이 철강자원을 무기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철강사들은 장기적으로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게 앞으로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의 원천이 될 것이며 주요 철강사들의 원료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자원보유국의 민족주의와 자원의 무기화는 최근 가격흐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철광석(분광 기준) 가격은 지난 2002년 톤당 17달러에서 올 들어 47달러로 올랐다. 유연탄(강점탄 기준)도 2002년 45달러에서 2005년 126달러로 급상승했다가 올 들어 98달러로 주춤했지만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쇳물 1톤을 생산하는 데 드는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이 불과 5년 만에 60달러에서 140달러 수준으로 급등해 철강업체의 제조원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