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인간 와이파이' 논란

노숙자를 인터넷 접속 공유기로 활용?

미국에서 혼잡한 곳의 인터넷 접속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숙자를 '인간 와이파이(Wi-Fi)'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시범 운영돼 논란을 빚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영국 BBH연구소가 고안한 이 프로그램은 노숙자에게 무선인터넷 공유기를 지급하고 '저는 4G 핫스팟(Hot spot)입니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힌 후 공연장처럼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곳에 배치해 원활한 접속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들은 회사에서 매일 20달러를 받으며 인터넷 사용자로부터 기부도 받을 수 있다. 노숙자가 신문이나 잡지를 팔고 그 수입을 갖는 미국의 '길거리신문(Street Newspaper)'이나 한국의 '빅이슈' 프로그램과 유사한 방식이다.

프로그램 담당자인 사닐 라디아는 "인간 와이파이는 최근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박람회에서 시범 운영돼 호평을 받았다"며 "노숙자도 구걸을 하거나 길거리 신문을 파는 것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다. 정보기술(IT) 전문잡지 와이어드의 블로거 팀 카모디는 "참신한 발상이지만 사람을 산업시설로 취급해 음울한 공상과학(SF)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존 미첼은 "길거리신문은 노숙자의 실상을 보여주는 기사를 실어 공익적 역할을 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한 인간을 단순한 인터넷 접속 공유기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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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BBH 측은 "접속시 노숙자를 주제로 한 공익 페이지를 의무적으로 노출시키는 등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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