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동십자각/7월 19일] 무상지분율과 하자의 함수관계

권 모씨는 최근 자녀의 학교 문제로 1년 만에 두번이나 이사를 하게 됐다. 지난해 여름 이사했던 A단지는 지은 지 3년 남짓한 재개발 아파트였다. 15년 가까이 된 구식(?) 아파트에 살던 권씨로서는 나름대로 옮긴 집이 맘에 들었다. 설계도 그렇고 깔끔한 단지 내부가 전에 살던 아파트와는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기쁨은 얼마 가지 않았다. 지하주차장 곳곳에서 물이 새면서 단지 전체가 난리가 났기 때문이다. 권씨 역시 차에 콘크리트 물이 떨어져 엉망이 됐다. 지금 이 아파트는 뒤늦게 방수 공사를 하느라 단지 전체가 공사판으로 변했다. 최근 다시 이사한 B아파트는 입주한 지 몇 개월 안 된 2,000여가구의 대규모 재건축단지다. 차별화된 디자인에 공원 같은 조경,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겉은 더욱 화려해졌다. 하지만 이 파트 역시 입주후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하자보수가 한창이다. 권씨도 집안 곳곳에 핀 곰팡이로 벽지를 몇 번이고 뜯었다 붙이기를 반복하는 고생을 겪어야 했다. AㆍB 두 아파트의 공통점은 건설사의 자체사업이 아닌 재개발ㆍ재건축 아파트라는 것이다. 아파트 하자를 둘러싼 민원은 대부분의 재개발ㆍ재건축 단지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일반 아파트라고 하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재개발ㆍ재건축 단지에 더 많다는 것이 살아본 사람들의 경험이다. 이유는 사업구조에 있다. 사업주체인 조합은 가능한 한 공사비를 낮춰야 하고 시공을 맡은 건설사로서는 박한 금액에 어떻게든 공사단가를 맞춰야 한다. 강동구 일대 저층 재건축아파트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무상지분율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수익성 극대화를 바라는 조합의 요구와 어떻게든 공사를 따고 보자는 건설사들의 과열경쟁 탓이다. 무상지분율이 높으면 그만큼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여기에 한강변의 몇몇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서는 4억원의 이주비가 제시되기도 했다. 이는 역으로 건설사들의 부담이 된다. 내 집 지으면서 돈 적게 드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높아진 무상지분율와 상식 밖의 이주비가 가져올 결과물이다. 건설사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지 않는 한 결국 새로 짓는 아파트 구석구석에 '하자'가 숨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기우'로만 치부할 수 있을지 되새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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