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도전이 뜨고 있다고 한다. 서점에는 정도전 인물 탐구서가 인기고 그를 소재로 한 TV드라마는 12.6%를 웃도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정도전이라는 인물의 특징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급진주의적 개혁가라는 점이다. 정도전은 34세에 전남 나주로 유배를 당한 뒤 9년간 민초들과 함께 하면서 토지개혁 등 근본적인 혁명을 꿈꿨다.
둘째, 정도전은 비주류 출신이라는 점이다. 조선 건국의 최대 공신인 정도전은 향리로 지방 말단 공무원 출신이다. 21살의 나이에 관료 사회에 진출했지만 중앙에 있는 권문세가들로부터 늘 왕따를 당했다.
셋째, 정도전은 승부사였다. 위화도 회군이 성공하고 정적이 사라진 후 오히려 이성계 정권의 인기는 급락한다. 이때 정도전은 '과전법'이라는 토지개혁 승부수를 통해 악화된 민심을 반전시키는 역전 드라마를 쓴다. 토지대장이 불태워지고 조세제도가 개혁됨으로써 최초의 입헌군주제와 백성이 주인되는 세상을 예고한다.
정도전이란 인물이 없이 조선 600년이 가능했을까. 가난한 백성을 위해 관료집단의 저항을 뚫고 치밀한 새 정부의 기틀을 만들지 못했다면 위화도 회군은 변방 무명 장수의 내란으로 3일천하로 끝났을 것이다. 특히 '왕의 나라'가 아닌 '백성의 나라'를 꿈꿨던 정도전의 민본위민(民本爲民) 사상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정치인들이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끊임없는 정쟁 속에 묻혀 있는 지금의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600여년 전 정도전이 제시했기 때문이다.
국민은 역사 드라마 주인공이 아닌 현실의 애국자 정도전을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 최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공공 부문 개혁'을 주장하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정치혁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정도전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의 일단으로 비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이제 여의도 국회가 정쟁과 다툼을 끝내고 서민경제를 살리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