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하다

지난 7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위기가 불거졌을 때 미국 펀드들은 한국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웠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주식을 판 이유 중 하나가 주식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었다. 성과가 좋은 주식을 먼저 판 셈이다. 위기가 오면 펀드 가입을 해지하는 고객이 늘어난다. 이처럼 고객으로부터 환매요청이 오자 미국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보유자산을 팔아 돈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한국 주식을 선택했다. 많이 떨어진 자산보다는 많이 오른 주식부터 팔아 환매요청에 부응한 것이다. 많이 올랐다는 이유로 매도대상이 되는 어찌 보면 조금 이상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떨어지면 떨어졌다 이유로 팔고 오르면 올랐다는 이유로 다른 자산보다 먼저 매도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신흥시장국의 주식인지도 모른다. 국제금융시장에 위기가 오면 일반적으로 자금들은 위험부담을 피해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한다. 이 현상을 흔히 ‘안전자산으로의 도피(flight to haven)’라고 표현한다. 안전자산의 대표 격은 보통 달러ㆍ금, 그리고 스위스 프랑으로 표시된 자산이다. 그리고 최근과 같이 달러마저 약세를 보이는 경우 금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금값이 치솟는다. 배당도 이자도 없는 금에 돈이 몰리는 것은 결국 달러가 약하기 때문이다. 1트로이온스(약 31.1g)당 800달러를 넘나드는 금의 가격을 보면 달러 가치가 위협받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매우 높다. 특히 수출규모는 약 3,700억달러이고 수입규모는 3,500억여달러이므로 둘을 합치면 약 7,200억달러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약 9,000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할 때 수출과 수입의 합계를 GDP로 나눈 대외의존도는 자그마치 80%에 육박한다. 이처럼 높은 대외의존도는 우리에게 장점이자 단점이며 그만큼 국제금융시장에 민감도가 커지게 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국제금융시장이 편안해야 하는데 마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고 뉴욕에서 기침을 하면 한국에 폭풍이 몰아치듯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 증가는 국내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돼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최근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중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중국이 지준율 인상을 통해 긴축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도 영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우리나라의 주가와 환율은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최근 주가의 움직임을 보면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게다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파생상품 거래까지 증가하고 있다. 이럴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수출과 외환 부문이다. 외환 부문이 건전하고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뒷받침되는 이상 외국인들은 섣불리 대량 매도를 하지는 않는다. 일시적 조정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많을수록 한국 탈출은 자제된다. 그러나 외환이 부족해지고 경상수지 적자가 나는 등 환율과 수출 부문에 이상이 생기면 이는 그야말로 초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결국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수출경쟁력과 경상수지 흑자를 계속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원화절상 속도를 최대한 줄이면서 달러를 밖으로 퍼내는 전략을 적절히 구사할 필요가 있다. 환율을 통해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확보되고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지면 한국경제에 대한 기본적 신뢰는 유지된다. 우리 기업 중 주요기업은 대부분 수출기업들이다. 이들의 기본 사업인 수출이 잘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손을 써줘야 한다. 또한 위기국면에서는 일단 긴축보다는 완화정책을 쓰는 것이 낫다. 원화약세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하 등의 정책이 전향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위기감이 느껴질수록 가장 중요한 것부터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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