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12월 30일] '3H' 가득한 새해를 기대하며

얼마 전 한 지인에게서 받은 한 통의 전화는 어느 해보다 을씨년스러운 올 연말의 분위기를 더 움츠러들게 했다. 그는 “2년여 전 30여년 근무했던 회사를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 수억여원을 펀드에 넣은 것이 금융위기 여파 속에 잔고가 원금의 30% 아래로 폭락해버렸는데 어쩌면 좋겠느냐”며 하소연 겸 조언을 청해왔다. 뾰족한 해법을 찾을 수 없었던 마음에 서로 안타까움만 토로한 채 얘기를 마무리했지만 그 통화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이들의 위기상황과 절박한 고통을 새삼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올 연말은 크리스마스 캐럴과 왁자지껄한 송년회, 그리고 설레임이나 즐거움이 가득한 세밑 표정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썰렁하다. 어려울때 더 빛난 이웃사랑 예상되는 내년도 경제환경 역시 고통과 공포를 느끼게 하고 있다. 오는 2009년 경제성장률은 정부의 3%선 주장보다 크게 떨어진 최저 1%대까지 예측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년 상반기만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했지만 상당수 정부 관계자들과 경제전문가들은 속으로 2009년 한해의 마이너스 성장까지도 각오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비관적 경제전망을 결코 두렵지 않게 만드는 희망의 근거들이 사회 곳곳에서 샘물처럼 솟아나고 있다.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 노력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단체에 따르면 개인들의 기부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구세군 냄비에는 기업 단체들의 기부액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었지만 전체 모금액은 개인들의 십시일반 노력 탓에 14%가 늘어난 35억2,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어느 때보다 살림살이가 팍팍하고 월급봉투가 얇게만 느껴지는 상황임에도 시민들 모두가 힘을 나눈 것이다. 인천과 구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ㆍ노조가 함께하는 상생협력선언이 잇따라 자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기업ㆍ단체 등의 사회봉사활동도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서로 고통을 나눠가지며 고용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IMF 사태 당시 전국적으로 번졌던 ‘금모으기’ 운동처럼 위기를 함께 이겨내려는 열정이 한겨울 냉기를 식혀내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ㆍ사회의 저력은 절대 꺼지지 않았고 미래가 아주 희망적이라는 증거다.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서로 잘잘못만 따지고 비난하는 데 힘을 낭비하지 않고 한국인들 특유의 열정과 끈기ㆍ온정으로 이를 극복해내는 자세는 우리 민족이 지닌 세계 최고의 덕목이자 경쟁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은 기축년(己丑年), 소의 해다. 농경 사회를 바탕으로 한 역사를 지닌 우리 민족에게 소는 집안의 가장 큰 자산으로 부와 힘을 상징한다. 그렇기에 기축년은 풍요롭고 힘이 넘치는 한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국민들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의 자세에 달려 있다. 국민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릴 수 있는 리더십, 국가 비전 마련과 민생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려는 정치력, 정치권의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위기극복에 대한 용기와 신념을 줄 수 있는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면 어떤 난관도 우리 국민들은 결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인도의 시성이자 노벨문학상수상자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일찍이 우리 민족의 저력과 가능성을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로 높이 인정하고 평가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희망·의지 갖고 위기 이겨내야 그렇다. 국민들은 고난과 위기 때마다 ‘우리 모두 함께’라는 상생의 정신으로 스스로 돌파해내는 강건함과 지혜를 보여왔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근대 이후 일제강점의 고통과 6ㆍ25 폐허 위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우뚝 서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이겨낼 수 있다. 우리 모두가 현재의 고통과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다는 강한 희망(Hope)과 열렬한 (Hot) 의지를 갖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행복한(Happy) 시기를 곧 맞이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동방을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의 밝은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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