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닉슨 미주리주 주지사는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퍼거슨 시민들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건이 발생한 세인트루이스 교외를 중심으로 야간통행금지를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야간통행금지는 16일 자정부터 17일 새벽5시까지다.
닉슨 주지사는 "소수의 약탈자들이 도시 전체와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지금의 사태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시위대가 정의를 원한다면 평화부터 유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현재 법무부가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고 특히 연방수사국(FBI) 요원 수십 명이 직접 현장에서 수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닉슨 주지사는 통행금지 기간이 얼마나 유지될지, 위반자가 체포될지 등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퍼거슨시의 소요 사태는 대런 윌슨이라는 백인 경찰이 비무장 상태인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을 총으로 쏴 죽이면서 시작됐다. 특히 전날 퍼거슨시 경찰이 브라운이 사망 직전 상점에서 담배를 훔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을 공개하자 사태는 더 악화됐다. 유족과 시위대는 희생자를 모독해 사태의 본질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 법무부도 시위대의 분노만 키울 것이라며 화면 공개에 반대했다는 게 뉴욕타임스(NYT)의 설명이다.
실제 윌슨 경관은 브라운을 절도 혐의가 아니라 도로 한가운데로 걷고 있다는 이유로 체포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브라운이 윌슨과 난투극을 벌이다 총까지 빼앗으려 했다는 경찰 측 설명과 달리 브라운이 아무런 저항 없이 두 손을 들어올렸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세인트루이스 교외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전날 밤늦게까지 충돌했고 일부 10대 흑인들은 브라운의 절도 장소인 퍼거슨마켓앤리커 등 상점 여러 곳을 약탈했다.
이번 통행금지 선포로 경찰과 흑인 시위대 간 충돌이 더 격렬해지는 등 사태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닉슨 주지사가 기자회견을 여는 동안에도 시민들이 "윌슨을 살인죄로 기소하라"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등의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다. 유족과 인권운동단체 등은 18일 퍼거슨 경찰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