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한국군의 기계화사단은 막강하다. 170여대의 전차, 200대 가량의 장갑차, 그리고 72대의 자주포로 구성되는 한국군의 기계화사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려 2조7,600억원이나 투입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항공 전력과 정보 전력을 제외한 지상 전력으로만 싸운다면 미국의 어느 사단과 싸워도 승산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군과 싸우면 이기기 어렵다. 그 것은 무기의 성능 때문이 아니고 바로 잘못된 훈련방식과 진급심사시스템 때문이다. 역사를 지배한 기갑 얼마 전 인기 TV 드라마였던 ‘주몽’에서 고조선과 부여를 유린하는 한나라 철기병을 보았다. 물론 상당한 픽션이 가미되기는 했지만 고조선이 멸망하고 부여가 한나라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금방 드러난다. 바로 강력한 장갑으로 무장한 철기병의 위력이다. 이 같은 철기병은 초창기 철제무기로는 도저히 뚫을 수 없다. 철기병이 적진 깊숙이 돌격해 진형을 흐트러뜨리고 적의 사기를 떨어뜨린 후 혼란에 빠진 적진으로 본대가 총공격을 가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효과적인 작전은 없다. 고구려 또한 동북아의 강자로 군림했던 이유 중 하나가 ‘개마기병’의 강력한 종심돌파 전술에 있었다. 고구려 개마기병은 말의 눈만 내놓고 모든 부분을 철갑으로 둘렀다. 사람 또한 목 분분까지 철갑으로 보호한 완벽한 장갑기병이었던 것이다. 활을 쏘아도 안 되고, 창으로 찔러도 안 죽는 무시무시한 장갑 기병대. 그런 장갑 기병대 수백기가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자욱한 흙먼지를 동반 한 채 돌격해 오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이 개마기병대 앞에 오금이 저리지 않을 적이 어디 있겠는가. 임진왜란에서 우리 민족을 구원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 또한 기갑의 위력을 십분 활용한 분이셨다. 물론 이순신 장군이 올린 23전 23승의 신화는 치밀한 정찰, 완벽한 지형 숙지, 숙달된 훈련, 적을 능가하는 강력한 화력, 최강의 전투함인 판옥선 등 모든 분야를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장갑함이라는 거북선의 역할은 그 중에서도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기갑’ 하면 반드시 회자되는 사람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육군의 기갑부대를 이끌었던 하인츠 빌헬름 구데리안이다. 구데리안은 히틀러에게 기갑을 통한 종심돌파 전격전을 제안해 오스트리아, 폴란드, 프랑스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소련을 유린한 사람이다. 실제 오스트리아를 침공한 구데리안은 단 하루 만에 수도 빈을 함락시켜 항복을 받아냈고, 폴란드는 단 4일 만에 방어선을 무력화 시켰다. 그 유명한 프랑스의 마지노선은 벨기에의 아르덴 숲을 우회 기동하는 예상치 못한 전략으로 무너졌다. 소련 침공도 예외는 아니다. 구데리안은 소련의 광활한 영토를 종횡무진으로 휘저으며 모스크바를 점령했다. 특히 민스크에서는 30만명, 로크비스타 인근에서는 60만명에 이르는 소련군을 생포하는 믿지 못할 전공을 올렸다. 그의 전술은 강력한 장갑으로 무장한 전차를 앞세워 적의 종심을 돌파하는 것이다. 이때 측면을 공격하는 산발적인 저항은 완전히 무시하고, 철저히 적의 본대만 공격하는 작전을 구사한다. 본대가 무너지면 적의 사기는 급속도로 떨어지고, 기강은 와해되기 마련이다. 북한의 기갑 전격전 6.25 분단 후 소련의 지원을 받아 창설된 북한군 105 전차여단은 휘하에 107, 109, 203 전차연대 등 3개의 전차연대를 보유했다. 이때 편제된 전차는 역사상 최고의 전차라고 평가받았던 T-34 전차. 여기서 최고라고 하는 것은 ‘최강’의 뜻은 아니고 가장 효율적이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T-34 전차는 5명의 승무원이 탑승한다. 85mm 주포에 7.62mm 기관총 2문, 55발의 주 포탄을 장비하고 있다. 또한 493마력의 디젤엔진으로 시속 64km까지 달릴 수 있는데, 개전 초기 북한은 T-34 전차를 150대 가량 투입해 38선을 넘었다. 그 중 약 120대가 105 전차여단의 3개 연대에 배속된다. 각 연대 당 T-34 전차의 숫자는 39~40대. 요즘 우리 군의 시각으로 보면 대대급 규모의 부대였다. 북한군은 서울을 향한 기동 축선을 크게 3개로 설정하고 선두에 105 전차여단의 각 전차연대를 앞세웠다. 개성-문산 축선은 203 전차연대가 선봉이고 후미는 북한군 1사단, 6사단이 맡았다. 동두천-의정부 축선은 107 전차연대가 선봉, 후미는 4사단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천-의정부 축선은 109 전차연대가 선봉이고, 북한군 3사단이 후속을 맡았다. 단 한 대의 전차도 보유하지 못한 한국군은 T-34 전차의 강력한 돌파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불과 이틀 만에 의정부까지 함락당한 후 미아리 고개에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 저항에 나서지만 이것도 얼마가지 못한다. 미아리에서 한국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몇 시간 동안 진격을 못한 북한군은 마치 2차대전 때 우회기동으로 마지노선을 격파한 구데리안처럼 남양주의 홍릉 방면으로 2대의 전차를 우회 기동 시켰다. 후방에 전차가 나타났다는 소문에 미아리 방어선은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고, 채병덕 참모총장은 한강다리를 폭파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된다. 결과론이지만 전차 2대 때문에 서울 전체가 공황에 빠지고 함락돼 버리는 어이없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전차가 주는 충격과 공포의 효과다. 도하 장비가 빈약한 북한군을 상대하기 위해 한강다리를 폭파하고 저항을 시작한 한국군 8연대와 18연대는 북한군 4사단의 도하를 잘 막아냈다. 하지만 한강철교를 수리한 북한군은 7월 3일 새벽 4시에 전차 4대를 도강 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전차 4대의 도강으로 결국 한강 방어선은 무너졌고, 북한군은 그 여새를 몰아 낙동강까지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오게 된 것이다. 한국군 전차의 종류 T-34 전차 150대에 의해 나라가 멸망할 뻔 했던 우리 대한민국은 전차 전력 확보에 많은 공을 들였다. 현재 북한의 전차는 약 3,800대며, 한국군의 전차는 약 2,300대 정도다. 하지만 1987년 ‘88전차’라는 닉네임으로 탄생한 K-1 전차의 대량 양산 이후 남북한의 전차 전력 격차는 점점 줄어들었다. 현재는 수적 열세를 질적 우세로 커버하고 오히려 더 강력한 전차 전력을 구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다. 먼저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차를 살펴보자. 한국군 전차 중 가장 약한 전차는 M-48A3K다. 이 전차는 90mm 전차포를 장착해 공격력도 빈약하고 주물로 만든 구형의 장갑은 최대 두께 178mm로 북한이 보유한 T-62의 115mm 전차포를 막아 낼 수 없다. 결국 전차끼리 맞붙는 기갑전에는 부적합한 전차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주로 전차가 기동하기 힘든 동부전선에 배치돼 있으며, 총 38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다음은 M-48A5K. 이 전차는 90mm 전차포를 장착한 M-48A3K를 105mm 전차포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방어력은 M-48A3K처럼 빈약하지만 공격력은 강력해 북한의 T-62 전차를 충분히 격파할 수 있는 유용한 전력이다. 보유 대수는 총 500여대. 최초의 국산 전차인 K-1 전차는 모두 1,027대에 달하며 각 기계화 부대에 배치돼 있다. 기동 중에도 주포를 발사할 수 있고, 사격 중에도 다른 표적을 확보할 수 있는 ‘헌터-킬러’ 기능을 갖추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대부분의 전차가 정지간의 사격만 할 수 있는데 반해 기동사격과 야간사격 기능이 있는 K-1 전차는 105mm 주포를 탑재했지만 북한의 모든 전차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 참고로 K-1 전차의 105mm 주포는 M-48A5K와 같은 모델인 M68 강선포다. 여기서 105mm, 120mm, 그리고 125mm 주포의 차이에 대해 살펴보자. 러시아,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주로 125mm 주포를 탑재한다. 이에 맞서 서방세계도 120mm 주포를 탑재한 전차를 개발하게 됐다. 특히 1990년대 초반 북한이 125mm 주포를 탑재한 T-72 전차를 도입했다는 정보가 있자 우리군도 이에 대응해 K-1 전차의 주포를 120mm로 업 건(UP-GUN)하는 개량사업을 실시한다. 이 전차가 바로 현재 한국군 최강의 전차 K1A1이다. K1A1은 지난 2002년부터 양산되기 시작해 2008년까지 총 480여대가 생산될 계획이다. 대당 가격은 약 45억원. 그리고 35대로 소수지만 러시아 전차 중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는 T-80U 전차도 보유하고 있다. 6공 시절 러시아에 빌려준 차관을 현물로 받는 사업인 ‘불곰사업’을 통해 들어온 T-80U 전차는 1개 대대가 편제돼 역시 러시아제 BMP-3 보병전투차 2개 대대와 함께 동부전선에 배치돼 있다. 내친김에 한국군은 세계 최강의 전차를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XK-2 흑표전차다. 흑표전차는 적의 대전차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기능은 물론 탄약수가 필요 없는 자동장전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또한 K1A1 전차에 비해 약 30% 강력해진 55 구경장 120mm 주포, 인공지능 사격장치, 적 기갑의 상부를 공격할 수 있는 원거리 곡사포 기능 등 실로 엄청난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가격은 약 100억원 정도. 한국군은 이 XK-2 전차를 약 800대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국군 전차부대 현황 한국군은 현재 수도기계화사단, 20사단, 26사단, 30사단, 11사단, 8사단(기계화 창설 순) 등 6개의 기계화보병사단이 있다. 또한 각 군단 예하에 군단 직할의 기갑여단 5개를 두고 있다. 그리고 해병대 1사단에도 강화된 전차대대가 있는데, 이 모든 부대들이 북한군 전차보다 훨씬 우수한 성능인 K-1 전차 이상의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기동군단인 7군단 휘하의 수도기계화사단과 20사단은 120mm 주포를 장착한 K1A1 전차를 편제하고 있다. 또한 ADD와 로템이 개발한 XK-2 전차가 양산되면 최우선적으로 7군단에 보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최신예 국산 보병전투차인 XK-21도 양산과 동시에 7군단에 배치 될 계획이다. 그러면 이런 기계화사단을 하나 만드는데 얼마의 돈이 들까. 2010년경 XK-2 전차와 XK-21 보병전투차로 재편될 20사단을 예로 들어보자. 부지, 건물, 인적자원, 각종 보급자원 등은 배제하고 전차, 장갑차, 자주포 등 기갑장비만 계산한다. 기계화보병사단에는 기본적으로 기갑 수색대대 1개와 4개의 전차대대, 5개의 기계화보병대대(장갑차), 4개의 자주포대가 있다. 이것을 숫자로 환산하면 약 170여대의 전차와 200대 가량의 장갑차, 그리고 72대 가량의 자주포가 필요하다. 이를 가격으로 환산해 보자. 100억원짜리 XK-2 전차가 1조7,000억원, 40억원짜리 XK-21보병전투차가 8,000억원, 그리고 37억원짜리 K-9 자주포가 2,664억원이니 눈에 띄는 기갑장비의 가격만 해도 총 2조7,6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이 부대의 외형적 전력은 항공 전력과 인공위성 등 정찰 및 정보 전력을 빼고 포·전·보 등의 순수 지상 전력으로만 싸운다면 미군의 어떤 사단과도 승산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북한군과 싸워도 압승할 수 있을까. 필자는 우리군의 강력한 기계화 부대들이 외형적으로는 북한을 압도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북한에게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기의 성능 때문이 아니고 훈련시스템 때문에 그런 불행한 규정을 내리게 된다. 이상한 한국군의 기갑부대 전차에는 두 개의 탑승 공간이 있다. 첫 번째로 포탑 안에 전차장과 포수, 탄약수가 탑승해 전투를 벌인다. 전차장은 전차장 조준경을 통해 표적을 확보, 포수에게 사격명령을 내린다. 그러면 포수는 전차장의 표적 지정에 맞춰 해당 표적을 조준, 사격을 한다. 이때 탄약수는 전차장이 원하는 종류의 포탄을 꺼내 포에 장착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XK-2 전차나 T-80U 전차같이 자동장전장치가 있는 전차는 탄약수가 없는 대신 기계가 자동으로 원하는 종류의 포탄을 포에 장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두 번째 탑승 공간은 조종석. 거대한 탱크의 덩치와 달리 조종석은 상당히 협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적 전차의 포탄을 방어하기 위해 탱크의 전면 장갑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두껍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조종석의 의자는 승용차 운전석을 뒤로 반쯤 눕힌 것처럼 각도가 크다. 조종수는 그 의자에 눕듯이 앉아 잠망경을 통해 밖을 보며 조종을 하는 것이다. 조종석의 뚜껑을 ‘해치’라고 하는데, 전차는 적의 포탄으로부터 조종수를 보호하기 위해 아주 조그만 4~5개의 창을 가진 잠망경을 통해 보고 조종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승용차를 운전하듯이 똑바로 앉아서 운전하는 것과 달리 반쯤 누워서 잠망경을 통해 밖을 보며 조종을 하는 것. 이것은 인체 메커니즘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부단한 훈련을 하지 않으면 능숙해지기 어렵다. 승용차를 운전할 때 정면으로 햇빛이 비치면 선바이저를 조금 내리고 운전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앞 유리창의 면적이 조금 작아졌을 뿐인데도 금방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55톤짜리 탱크를 반쯤 누워서 잠망경을 통해 밖을 본다면 얼마나 많은 훈련을 해야 능숙한 조종수가 되겠는가. 지난 2002년 우리나라를 반미의 촛불로 넘실거리게 했던 ‘효순이, 미선이 사건’도 바로 미군 장갑차 조종수가 해치를 닫고 조종하다가 일어났다. 시야가 좁아져 여중생들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생긴 사고였던 것. 하지만 사고를 두려워하는 우리 한국군은 일반도로뿐 아니라 전용 훈련장에서도 조종석 해치를 열고 의자를 세워 머리를 밖으로 내밀고 조종을 한다. 이는 비단 전차뿐만 아니고 장갑차, 자주포도 마찬가지다. 특히 용맹의 상징인 해병대의 상륙돌격 장갑차마저도 조종석 해치를 열고 머리를 내민 채 조종을 한다. 만약 전시에 어느 골짜기를 돌아가다가 적 전차를 만났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언제 해치를 닫고 전투를 하겠는가. 조종수는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적 전차의 공격뿐만이 아니다. 북한군의 박격포가 시한신관을 사용해 전차 상부에 포탄을 터트려 버린다면 조종수는 그 파편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된다. 북한군이 보유한 그 어떤 무기로도 파괴할 수 없는 세계 최강의 전차가 어이없게도 보병무기인 박격포에 무력화될 수 있는 것이다. 박격포뿐인가. 북한군은 분대 당 1명의 저격수를 운용하고 있다. 저격수가 가진 소총으로 조종수를 저격해 버린다면 전차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해병대의 상륙돌격 장갑차는 해치를 완전히 열지는 않는다. 해치를 머리에 이고 얼굴을 밖으로 내민 채 조종을 한다. 하지만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떠오려 보라. 전방의 해안 참호에서 기관총을 비 오듯이 갈겨 대는데, 해치를 머리에 이고 얼굴을 밖으로 내민 조종수가 생존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 더 웃기는 일은 독수리훈련 등에서 우리 해병대와 같이 훈련하는 미 해병 상륙장갑차는 똑같은 지점을 공격하면서도 반드시 해치를 닫고 조종을 하는 것이다. 미국 해병대와 우리 해병대의 상륙장갑차는 모델마저도 똑같은데, 훈련에 임하는 자세는 이렇게 다른 것이다. 그러면 주변국은 어떤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우리 주변국은 훈련을 할 때 반드시 해치를 닫고 조종한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모든 나라는 물론이고 인도, 파키스탄 등도 반드시 해치를 닫고 조종을 한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만 해치를 열고 머리를 밖으로 내민 채 조종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급심사 시스템 개선해야 유사시에 북한이 보유한 전차군단을 격퇴하고 고속 기동전을 펼쳐 최단시간에 평양을 점령, 전쟁을 조기종결 시켜야 할 우리 전차부대들. 그러나 현실은 북한의 보병분대에게도 무력화 될 수밖에 없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매일 훈련해도 될까 말까 한데, 1년에 몇 번 연병장에서 해치를 닫는 전투조종 연습을 하는 것이 고작인 게 우리 기갑부대의 현실이다. 한국 지형 특유의 논두렁과 밭두렁을 용맹하게 타넘어야 하고, 도로 옆으로 나있는 실개천도 넘어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시가전에서 좁은 골목길을 지나가야 할 때도 있을 텐데, 연병장에서 몇 번 연습한 것 가지고 어떻게 실전에 능숙한 조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전차의 생명은 기동에 있다. 구데리안의 독일 전차군, 북한군의 T-34 전차들도 끊임없이 기동했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었다. 100억원짜리 전차, 40억원짜리 장갑차면 뭐하나. 조종수가 죽으면 기동도 할 수 없는데. 훈련에서의 기량이 실전에 100% 발휘되기를 바라고 그 힘든 훈련을 한다. 하지만 한국군은 사고가 두려워 아예 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 얼마나 큰 문제인가. 비싼 가격의 고성능 전차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전차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군 생활할 때 훈련 중 사고가 발생하면 모두가 무의식중에 중얼거리는 말이 있다. ‘큰일 났다. 우리 부대장 진급에 지장 생기겠다.’ 적극적인 훈련행위를 하다가 생긴 사고는 인사고과에 결코 반영 되서는 안 될 것이다. 비록 규정에는 없더라도 정상적인 훈련행위 중 발생하는 기물파손, 인명사고 등이 진급에 영향을 주는 그런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 비록 100억원짜리 전차를 완전히 부숴버리는 사고를 내더라도 진급에 지장이 없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비로소 우리 한국군은 북한군을 상대로 필승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기갑부대의 가장 큰 적은 북한군의 T-62 전차가 아니라 복지부동의 훈련자세인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 한국군도 다른 나라처럼 조종석 해치를 닫고 기갑 본연의 자세 그대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