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각국의 몫"
유로존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스페인은 국채 발행 성공 … 발행 금리는 크게 올라
마리오 드라기(사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의 하강 위험이 높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드라기 총재는 하지만 성장은 각국의 몫이라며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도 ECB가 이미 2차례에 걸쳐 1조 유로를 풀었기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ECB가 기존의 입장대로 당분간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했다.
드라기 총재는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통화정책 이사회에서 기준금리를 5개월 연속으로 사상 최저수준인 1.0%로 동결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올해 유로존 경제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일부 유로존 국가의 국채 시장에 남아 있는 긴장이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시중의 자금 흐름이나 신용 관련 지표들을 보면 금융 시장 여건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며, 지난 1월 이후 유로존 은행들의 예금 기반도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드라기 총재는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해서는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올해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정책목표인 2%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나 내년에는 2%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경기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드라기 총재는 "각국의 경기부양은 개별 국가들의 몫"이라며 "ECB의 정책은 유로존 전체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ECB는 중기적으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ECB가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야말로 유로존 전체 경제성장을 위해 ECB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은 두 차례에 걸친 무제한 장기대출(LTRO)이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지켜볼 시기"라며 당분간 추가 대출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으며, "이날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최근에 밝힌 '성장협약'에 대해서는 "기존의 신재정협약과 성장협약 사이에는 어떤 모순이나 상충되는 점도 없다"며 "재정 건전화를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성장협약은 유로존의 경제구조개혁을 위한 공동의 규율을 완수하고, 유로존 차원의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달 25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 참석해 "재정긴축이 경기 위축을 초래해 유로존이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유로존 경제 전망을 개선하기 위해 '성장협약(growth)'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유럽 재정위기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스페인이 3일(현지시간) 목표치를 상회하는 총 25억 2,000만유로어치의 국채발행에 성공해 일단 한숨을 돌렸다. 스페인 정부는 당초 25억유로어치의 국채발행을 목표로 했었다.
다만 발행금리는 큰 폭으로 상승해 스페인 국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음을 확인해주었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이날 3년물 국채를 4.037%의 발행금리에 발행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1일의 발행금리는 2.617%였다. 두 가지 종류로 발행된 5년물 국채의 발행금리는 각각 4.752%(2017년 1월 만기)와 4.96%(2017년 7월 만기)를 기록해 이전의 3.565%와 3.696%에 비해 크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