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지남호의 꿈을 되새기며
김성진
내년이면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가 대양개척의 꿈과 희망을 안고 출항한 지 꼭 50년이 되는 해다. 필자는 어린시절 친구의 형이 원양어선에 승선한다고 하면 온 동네가 잔치분위기로 떠들썩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약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 수산업을 이야기하자면 우선 지남호부터 떠올리게 된다.
미국의 원조물자로 도입돼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이름을 붙인 지남호의 출항(57년6월29일)은 당시 무동력선에 의존해 연안에서만 조업하던 우리 수산업의 현실에서 엄청난 도전이었다. 결국 5대양을 우리의 활동무대로 만들며 외화획득의 효자산업으로 우리 경제의 밑거름이 돼왔다.
그러나 그 후 연근해어선 세력이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수산자원이 줄어들었다. 세계 주요 연안국들의 자원자국화 정책으로 우리 원양어선들의 조업구역도 대폭 축소됐다. 급기야 지난 2001년부터 수산물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되기 시작했다. 어업인구는 줄고 도시와의 소득격차도 커져만 간다. WTO/DDA 수산보조금 및 관세협상과 FTA 협상도 고민거리다.
우리 수산업은 앞으로 어떻게 활로를 개척할 것인가.
우리는 희망을 버릴 수 없다. 지남호가 그랬듯이 현실의 벽을 넘을 때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올 것이다. 이를 위해 하루 빨리 우리 수산업의 자생력을 확보해야 한다.
우선 수산자원을 조기에 회복시키고 소형기선저인망의 불법어업척결, 자율관리 공동체의 정착, 수산관측제를 통한 자율적 수급조절로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또 고부가가치 수산가공식품을 적극 개발해 시장경쟁력을 갖추고 마린바이오테크놀로지(MBT)와 연계한 수산 벤처기업 육성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어촌의 공간적 기능을(Amenity)을 활용한 어촌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어업 이외 소득도 증대 시켜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 수산자원이 회복되고 있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연안어업 생산량이 2005년을 기점으로 회복세로 반전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수산자원은 그 특성상 복원속도가 빠르고 잘 가꾸어만 주면 자손 대대로 이용할 수 있는 값진 유산이 된다. 아무리 개방의 파고가 높다고 해도 우리가 수산업의 자생력을 확보해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남호를 생각하며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한번 어업인들의 삶에 생기가 돌고 어촌에 활력이 넘치는 우리 수산업의 미래 모습을 그려본다.
입력시간 : 2006/05/17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