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보이스피싱 같은 금융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11일 내놓은 ‘해외 주요국의 금융사기 피해실태·대응책·시사점’ 자료를 보면 일본과 중국에선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없었는데도 보이스피싱 등의 금융사기가 증가하는 추세다.
2004년 첫 보이스피싱이 발생한 일본에선 2008년에 정점을 찍고 감소하다가 2012년부터 다시 증가세다. 일본 경찰청 자료로는 피해규모가 2013년 9,204건, 259억엔에서 지난해 1만1,257건, 376억엔(약 3,400억원)으로 늘었다. 중국에서도 공안당국의 추정치를 보면 2013년 피해액이 100억위안에서 지난해 212억위안(약 3조8,000억원)으로 갑절이 됐다. 한국의 피싱사기 피해액은 같은 시기에 1,365억원에서 2,165억원으로 불어났다. 신원도용으로 2초마다 피해자가 발생하는 미국에선 지난해 금융사기 피해액이 160억 달러(약 17조7,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금감원은 “한중일 3국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동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계좌개설 절차를 강화하고 자동화기기 지연 인출시간을 늘리는 등의 제도를 시행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불편하다는 얘기가 있지만 안전한 금융거래를 중시하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예로 영국에서는 계좌를 열려면 사전 인터뷰를 예약하고 1주일 기다려야 한다. 미국에서는 타행 이체를 하더라도 당일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누구나 금융사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신속·편리함과 금융안전 간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 일회용 비밀번호(OTP) 사용, 이체·인출 한도 설정, 지연이체 서비스를 들었다. 한편 금감원은 “대포통장 단속 강화로 최근에는 사기범들이 피해자에게 돈을 직접 찾아오게 하는 현금수취형(방문형) 보이스피싱이 증가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정하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