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명성황후 표범카펫'으로 추정된다며 지난 5월 언론에 공개했던 대한제국기의 '표피(豹皮)' 유물이 명성황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21일 밝혔다.
박물관이 최근 전문가들로 자문위원회를 꾸려 조사ㆍ논의한 결과 '표피' 유물은 대한제국 선포(1897) 이후 제작된 것으로, 명성황후(1851~1895)가 썼던 유물이 아닌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는 유물 뒷면에 있는 대한제국의 상징 오얏꽃 문양(李花紋章)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오얏꽃 문양이 대한제국 이전에 사용된 사례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표피' 유물에 있는 문양은 매우 정돈된 형태라 대한제국 성립 이후의 유물이 확실하다는 것이 자문위원들의 결론"이라고 전했다.
박물관은 이 유물의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재료가 중국에 주로 서식하는 북중국표범의 가죽이며 이는 한국표범인 아무르표범과는 다르다는 결론도 얻어냈다. 또한 사용된 표범 가죽이 당초 알려진 48조각이 아니라 107조각임도 밝혀졌으며 바닥면의 붉은 천과 오얏꽃 문양은 모두 융(絨) 직물로 돼 있음도 확인했다.
유물의 사용처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황실의 특별한 의식에 사용됐을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됐다. 이 '표피' 유물은 다음달 5일 박물관 조선실 재개관에 맞춰 일반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