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잡아라" 한국 중형차 아우성
택시 잡아야 중형차시장 잡는다현대·기아차가 96% 장악 승용차보다 마진 적지만 움직이는 광고 역할 톡톡르노삼성 뉴SM5로 도전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국내 승용차 시장의 약 80%를 선점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가 올 들어 택시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택시 시장에서 밀린 한국GM과 르노삼성은 택시용으로 쓰이는 중형차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국내 완성차 업계의 택시 판매량은 3만2,165대로 이 중 현대차가 2만3,536대를 팔아 73.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형제 회사인 기아차도 7,594대로 23.6%를 기록하며 두 회사가 96%가 넘는 비중으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차종별로 보면 현대차의 쏘나타가 압도적이다. 쏘나타 택시는 무려 2만1,303대가 팔려 전체 택시 3대 중 2대를 차지했다. 전체 쏘나타 판매량에서도 택시의 비중은 28.2%나 된다. 이미 3년 전 단종된 모델인 NF쏘나타도 시장의 수요가 꾸준해 택시 모델을 아직까지 생산하고 있는데 월 800~900대 수준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최신 모델인 YF쏘나타 택시는 1개월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다.
동급인 기아차의 K5가 9월까지 7,258대의 판매대수를 기록했고 현대차 그랜저도 2,233대로 고급 택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택시 시장에서 경쟁하는 르노삼성도 꾸준한 인기를 끌어온 SM5 택시 모델 판매량이 9월까지 1,000대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택시 모델은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면은 없다. 승용차에 비해 차량 가격이 낮아 마진이 적은데다 법인 사업자의 요구사항이 많아 프로모션 비용도 적잖게 들어간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가 과점한 시장 상황이나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택시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은 결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 측면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지언정 택시 판매는 업계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단순한 판매량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하는 것이 택시다. 택시기사의 입소문에 따라 경쟁이 가장 치열할 중형차급 판매량이 달라질 수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과거 2000년대 초반 SM5가 택시 시장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승용차 시장까지 돌풍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이다.
경차와 소형차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중형차급 이상에서는 유독 힘을 못 쓰는 한국GM은 현재 택시 모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는 토스카 택시가 출시됐지만 후속인 말리부는 별도로 택시 차종을 만들지 않았다. 장애인용으로 제작한 LPG차량이 있어 언제든 택시 시장에 뛰어들 수 있지만 한국GM은 앞으로도 말리부 택시를 출시할 계획이 없다. 한국GM 관계자는 "말리부는 수익성이 맞지 않아 택시 모델을 출시하지 않고 있지만 이달 말부터 출시되는 올란도 택시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도 주력 모델인 SM5의 일반 모델은 물론 택시의 판매비중 감소가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2010년 4,505대를 기록했던 SM5 택시의 판매량은 지난해 3,088대로 줄었고 올해는 9월까지 1,035대에 불과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새롭게 출시된 뉴SM5 플래티넘의 반응이 좋아 택시 시장에서의 판매량이 전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